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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Feb 22. 2021

여섯 살 아들의 성 호기심이 자랐다

아들 성교육

  첫째는 여섯 살 남자다. 드디어 올게 왔다. 아들에게 남성과 여성에 대한 개념이 생겼다. 아들과 같이 목욕을 하면 신체를 훑어본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이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빠는 털이 왜 이렇게 많아?' 질문을 한다. 가끔이지만 '만져볼까'하는 아들의 손짓에 당혹스럽다.  


  작년 아들과 동물원에 갔을 때 일이다. 개코원숭이를 보고 있었다. 아들은 울타리 너머에 있는 개코원숭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빠! 아빠! 저기 수컷이야.' 속으로 수컷이라는 단어는 또 어떻게 알았지, 아들이 마냥 신기했다. 이내 아들은 '그럼 저 원숭인 암컷이야?' 물어봤다. 처음 가리킨 원숭이는 어깨가 벌어진 게 틀림없는 수컷이었다. 아들이 암컷이냐고 물어본 원숭이는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았다. 아들에게 차근차근 '어어 맞아! 수컷이고 암컷 맞아'라고 이야기해줬다. 여기까지 좋았다.


  아들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컷과 암컷이 짝짓기를 한대..."


  순간 당황했다. 혼자 민망해 귀가 뻘겋게 달아올랐다. 나란히 구경하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았는데 혼자 어쩔 줄 몰라했다. 남사스러워서 '수컷과 암컷이 짝짓기를 해서 새끼 원숭이가 태어나는 거야.' 말끝을 흐렸다. 사실 아들에게 그 말 어디서 배웠는지부터 물어봤다. 하마터면 아들의 지적 호기심을 음란 마귀로 오해할뻔했다. 아들의 성적 호기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몇 주전 유치원 등원 길이었다. 유치원 도착, 100미터를 앞두고 신호대기를 했다. 그날 왜 경찰관을 언급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들과 경찰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흐릿한 기억이지만 불을 끄는 사람은 소방관, 도둑을 잡는 것은 경찰관이라는 알려주고 있었다.


  아들에게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냥 경찰관과 같은 의미이지만 다른 단어를 알려주고 싶었다. 아들에게 '경찰관을 다른 말로 하면 뭔 줄 알아?' 물었다. 아들에게 순경이라고 알려줬다. 이 글을 쓰면서 안 사실이지만 순경이 경찰의 유의어는 아니었다. 경찰 공무원의 한 계급이었다.  


  아들이 순경을 듣고 한참 동안 생각에 빠졌다. 무슨 할 말이 있는 게 분명했다. 요상한 표정으로.


"순경?"


"아빠 순경? 맞아?"


"순경!"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자신 있게 말했다.


아빠! 그러면 남자 경찰은, 음경이야?




  순간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맞은 줄 알았다. 아들의 말을 듣고 뇌가 정지됐다. '음경?' 화들짝 놀라며 순경과 어떤 연관이 있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느닷없이 음경이라고 하는지. 거참!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어이없어서 실없이 웃기만 했다. 몇 초가 지나서야 깨달았다. 아. 순경의 '순'자와 '음경'을 그렇게 연관 지었구나 싶었다. 아들에게 서둘러 말했다. "앞으로 그냥 경찰관이라고 하자." 말하고 넘겼다.


  여섯 살 아들, 지금 성에 눈뜨기 시작했다. 여섯 살 남아이 성교육은 언제부터 해야 하지? 어느 육아서적에서 어른이 바른 성 개념을 설명해주지 않으면 아이 스스로 성에 대한 정의를 내리게 된다. 잘못된 정의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어른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했다.

"아이의 자위를 목격했을 때 가장 중요한 태도는 질겁하지 않는 것이다. 곧장 잘못된 행동이라고 질책을 해서도 안된다. 아이는 단지 호기심을 가졌을 뿐이다. 이제 자신의 몸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침착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아들의 변화를 이해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당황한 목소리나 꾸중하는 듯한 자세는 아들의 수치심을 자극한다. 성적 호기심을 조롱당하면 남성성에 어떤 이들도 없다. [메그 미커 지음, 아들 공부, p191]

  아들이 다섯 살 때 처음으로 자위(놀이)를 했다. 한 번은 함께 목욕하던 아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 아빠! 이것 봐 봐' 뭔가 자랑하듯 신났다. 머리를 감다 말고 욕조에서 물놀이하는 아들을 봤다.


  뭔가 몰두한 아들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아들은 보란 듯이 자신의 성기를 만졌다. 떡 주무르듯 만지는 아들 손을 보며 내가 더 아팠다. 아들은 우연히 자신의 성기를 만지면 벌떡 선다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머리에 총 맞은 듯 멍했다. 침착한 척했다. 혼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아닌 척했지만 평정심을 잃었다. 급하게 '유호야 그만!' 아들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자연스러웠다. 그나마 아들에게 세균이 몸속으로 들어가니까 만지면 안 된다는 말이라도 한 게 어딘가.  


  동생의 기저귀를 벗기려는 첫째에게 이야기해줬다. 분명 첫째는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주려는 아빠를 도와주려고 했던 행동이었다. 아무리 선한 의도였다 해도 다른 사람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보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호야! 아빠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은 고마워! 하지만 동생의 허락 없이 몸을 만지거나 보려고 하면 안 돼. 유호의 몸도 소중하듯 동생의 몸도 소중한 거야. 유호가 자신의 몸을 지키듯 동생의 몸도 지켜줘!' 설명했다.


  하지만 첫째 반응은 서운함이 묻어났다. 아빠를 도와주려는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퉁명스럽게 "됐어!"라고 말하며 토라졌다.


  셋째는 이제 막 백일이 지났다. 딸이다. 며칠 전 아기 침대에서 기저귀를 갈고 있었는데 첫째가 조용히 다가왔다. 이미 기저귀를 벗겨서 가리지 못했다. 급하게 가리면 아들이 상처 받을까 봐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첫째는 자신의 몸과 다르게 생긴 것에 호기심을 가졌다. '아빠! 소이는 왜 고추가 없어?' 속으로 침착하자, 다짐했다. 태연한 척했다. '유호는 남자고, 소이는 여자라서 몸의 구조가 달라!' 나름 최선을 다한 답변이었다. 첫째는 '그렇구나'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들을 둔 아빠를 시험 들게 했다.


  아들은 한참 동안 옆에 서서 동생을 빤히 쳐다봤다. 갈등이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그냥 둬야 하는가, 아니면 호기심만 자극하니 빨리 내보내야 하는가 머리 터지고 고민했다.


  아빠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첫째가 셋째 생식기를 보며 이쁘게 생겼다며 한마디 거들었다. 아들의 말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첫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셋째 몸에 손을 대려고 하는 게 아닌가. 셋째 몸으로 향하는 호기심 가득한 손을 잡았다.


  첫째에게 궁서체로 '유호야! 몸은 지켜주는 거야, 궁금하다고 만지면 안 돼.' 설명해주고 서둘러서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방을 나왔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여섯 살 아들은 성에 눈을 떴다. 요즘 아이들은 빠른 건가. 라테는 어른들에게 대놓고 물어보지 못했는데. 가슴에 손을 얹고 중학교 때까지 남자와 여자가 손만 잡아도 아이가 생기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초등학생 2학년만 되어도 섹스에 대해 질문한다는데 걱정이다. 그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성교육에 대한 준비를 해야겠다. 언제 아들이 돌발 질문을 할지 모르니 항상 멘트를 준비해야지. 부쩍 큰 아들이 당혹스러웠지만 아들은 성장하고 있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준비된 부모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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