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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Mar 08. 2021

아들이 앓아누웠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 3시쯤 카톡이 왔다. 아내는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고 했다. 아내 말을 듣자마자 놀랐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담임 선생님과 통화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보통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오는 은 흔치 않다. 아이가 다쳤거나 다른 친구 다치게 했거나 아이가 아플 때 아니면 어린이집 행사나 안내 사항이 있을 때 전화가 온다.


  아내의 연락을 받고 행여나 아들이 다친 건 아닌 걱정부터 됐다. 


  아들이 점심을 먹고 두 번 토했다고 했다. 선생님은 토한 뒤로 교실 한쪽 구석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며 오늘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 했다. 


  아침 등원할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아들이 토한 적이 없어 의아했다. 순간 머리를 다친 줄 알았다. 아내도 갑자기 토면 장염 아니면 머리를 다친 거라고 했다. 점심이 문제였나? 장염 증상이 그렇게 빨리 나타나나? 그게 아니면 큰 애들이 머리를 때렸나? 누군가 밀쳐서 어딘가 머리를 부딪힌 건가? 선생님이 때린 것은 아닐 텐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퇴근하자마자 어린이집으로 부리나케 갔다. 아들은 선생님 품에 안겨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해맑게 웃으며 '빠, 빠'하며 선생님 손을 잡고 나왔을 텐데 힘 없이 축 늘어진 모습이 영락없이 아픈 아이였다. 바로 병원으로 갔다. 장염 초기 증상이란다. 


  금요일 저녁, 밥 한 그릇 뚝딱. 아들의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토요일은 달랐다. 하루 종일 말을 걸어도 대꾸가 없었다. 누워서 눈만 껌벅거렸다. 사실 날씨가 좋아서 애들을 데리고 바람 쐬러 나가려고 했었다. 하루 종일 멍한 표정만 하고 있는 아들을 보고 집콕했다.

  

  주말 동안 아픈 아들을 보니 투정이 늘었다. 껌 딱지가 되어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꽁무니만 줄줄 따라다녔다. 앉아 있으면 다리에 머리를 벴다. 누워 있는 아들 배에서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나서 슥슥 문질러 주었다. 뽕 앙증맞은, 김 세는 방귀를 뀌었지만 냄새만큼은 고약했다. 아픈 게 맞는구나. 


  장염으로 아픈 아들이 밥은 잘 먹는다. 원래 장염이 먹으면 먹는 대로 설사하고 구토하는 게 아닌가. 오늘 아침, 죽 한 그릇을 다 먹고 또 달라는 아들을 보며 안심했다.  


  아이가 아프면 괴롭다. 괜히 더 신경 써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해진다. 며칠 아파 낫는 장염도 마음 쓰이는데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심정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으랴. 


  아픈 아들을 보고 있으니 어렸을 때가 떠올랐다. 잔병치레가 많았다. 1년 내내 마른기침을 달고 살았다. 허약했는지 자는 동안 식은땀도 많이 흘렸다. 다음날 베개가 젖을 정도였다. 밤새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에, 식은땀을 닦아주느라 밤잠도 못 주무셨을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졌다. 기어 다닐 때쯤 왼쪽 팔에 화상을 입었다. 지금까지도 화상 입은 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어머니는 자책한다. 두고두고 죄책감으로 남는가 보다. 아픈 아들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린다.     


  첫째도 동생이 걱정됐는지 아침 눈뜨자마자 둘째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둘째가 짧게 '어'라고 하는데, 둘째 컨디션을 보고 걱정을 쓸어내렸다. 부디 건강하게만 커다오 아들.

아내가 보내준 사진을 보고 안심을, 동시에 아내 걱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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