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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Mar 26. 2021

아빠는 누워서 놀아도 최고

  어느 날 아내가 “애들은 내가 누워있는 꼴을 못 본다니까” 볼멘소리를 했다. 자기는 1초라도 누워있으면 난리 난다고 했다. 투덜거리는 아내를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아내의 불평을 듣는 순간에도 아이들과 누워서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아내가 누워있으면 아내를 잡아당기며 일으켜 세웠다. 무슨 차이일까 생각했다. 그걸 나에게 왜 물어하는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봤다. 아내는 누워서 아이들과 놀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어이없어했다.     


  어느 육아 책에서 아이들은 엄마를 자신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사람이라고 인식한다고 한다. 반면 아빠는 자신과 노는 사람으로 생각한단다. 적어도 두 아들은 그랬다.


  아이들은 배고플 때, 간식 먹고 싶을 때, 졸릴 때 가장 먼저 엄마를 찾았다.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낼 때도 아내를 더 찾았다. 생각해보면 아내에게 더 심하게 떼를 썼다. 아무래도 엄마가 아빠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줄 거라고 믿는 것 같다.


  반면 놀 때는 영락없이 나를 찾는다. 두 아이가 아들이라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같이 놀자고 서로 엉겨 붙으며 조른다. "오빠가 퇴근하고 오면 아이들의 표정부터 다르다."는 아내 말처럼 아이들은 나랑 놀 때 즐거워한다. 한바탕 몸을 뒤섞고 격하게 놀면 그제야 만족한다.


  아이들이 놀 때 아빠를 유난히 찾은 이유를 알았다. 아내와 노는 방법이 달랐다. 아내보다 아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하고 충족해줬다. 아내도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고 기겁할 정도다.     

 

  한 번은 몰펀 부속품인 고무줄로 새총을 만들어 사냥 놀이를 하는가 하면, 볼풀공으로 구슬치기를 한다. 아빠와 노는 것 자체가 모험이다. 아내 눈에는 위험해 보이는 놀이도 서슴없이 한다. 미끄럼틀 위해서, 침대 위에서 뛰어내리는 아들들을 굳이 말리지 않는다. 오히려 뛰어보라고 격려하고 다치지만 않게 지켜볼 뿐이다. 블록 놀이도 뚝딱뚝딱, 어려운 조립도 아내보다 빨리 맞추고 아이가 원하는 모양도 금방 만들어 준다. 엄마보다 힘이 세고 체력까지 있으니 몸으로 노는 아들이 만족할 수밖에 없다.     


  아빠는 최고의 놀이터다. 누워서 놀아도 충분하다. 누워서 tv 보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사실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와서 퇴근 후 집안일과 아이들과 놀아야 하는 두 아들 둔 아빠로서 고육지책인 샘이다. 누워서도 두 아들이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는 것을 보면 누워서 노는 것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누워서 놀 수 있는 놀이를 추천하자면 단연 병원 놀이다. 무조건 환자 역을 맡는다. "의사 선생님! 아파요." 아들에게 치료해달라고 하면 부산스럽게 뭔가를 준비한다. 약을 챙겨 오며 정성을 다해 돌본다. 약도 발라주고 열도 재주고 주사도 놔준다. 아들이 괜찮냐며 아픈 상태도 확인한다. 이 순간만큼은 아들은 명의다. 최근 병원 놀이가 업그레이드됐다.


  극장판 미니 특공대 공룡왕 디노 장면을 따라 한다. 아들은 남자 주인공, 나는 상처 입은 공룡왕 디노 티라노사우르스. 상처 난 팔에 약초를 발라주고 목마르지 않게 물도 먹여주고 배고프지 않게 고기를 챙겨준다. 그저 디노 역에 충실하면 된다. 끙끙 앓으면서 자는 척하면서 노는 것이고 쉬는 것이다.     

  아들과의 놀이가 브리지 자세라는 것을 몰랐다. 누운 채 두 아들을 배에 앉혀 엉덩이를 들었다 내렸다 한다. 브리지 자세는 코어 운동 중 하나라고 한다. 아이들과 놀면서 운동 효과까지 있다. 스트레칭하는 동시에 허리 근력 강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18kg, 둘째는 11kg를 배 위에 올려놓았으니 무리만 안 한다면 따로 헬스장 갈 필요가 없다. 단 허리를 조심하길. 이러다 초콜릿 복근이 나올까 걱정이다. 어쨌든 번쩍 들렸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기분이 마치 자이드롭 타는 것처럼 짜릿한가 보다. 두 아들이 자지러지게 웃는 바람에 계속 누울 수밖에 없다.     


  아버지가 누워서 비행기를 태워준 기억이 있다. 세대통합 놀이다. 두 아들을 번갈아가며 비행기를 태운다. 아들 팔을 맞잡고 발로 아들을 들어 올린다. 난기류에 흔들리는 비행기처럼 좌우로 이리저리 흔든다. 흔들면 흔들수록 두 아들은 더 좋아한다. 아빠 비행기는 언제나 안전하게 비행하는 일이 없다.


  아빠가 태워주는 비행기 놀이는 차원이 다르다. 비행기 태우기는 응용도 가능하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후, 무릎을 굽힌 채 발등에 아들을 앉힌다. 다리를 가슴 방향으로 당겼다 폈다. 코어 운동의 일종인 이 자세는 복근과 허벅지 운동에 최고다.      


  지금도 억울해하는 아내의 표정이 생생하다. 뭔가 짜릿하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같이 있는 자기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놀아주는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아내의 말에 뿌듯했다. 아이와의 격한 몸 놀이나 창의력을 자극하고 도전하게 하는 만큼은 아내가 흉내 낼 수 없는 아빠만의 고유한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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