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을 두고 외출한 아내

by hohoi파파

아내가 아이 셋을 두고 집을 나갔다. 모처럼 친구들과 약속 있는 날이다. 아내는 그냥 나가기 미안했던지 부랴부랴 저녁 준비를 했다. 그냥 나가지 아이들 양치질까지 하고 갔다.


요즘 저녁 8시가 되면 세 아이를 재운다. 아내는 거실에서 셋째 분유를 먹인다.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안방에 들어간다. 안방에 들어갈 때 아이들에게 읽고 싶은 책을 가져오라고 한다. 아이들은 거실 책장에서 책을 꺼내 안방으로 들어온다. 안방 불을 끈다. 좁디좁은 범퍼 침대에 첫째와 둘째 사이에 누워 책을 읽는다. 가지고 온 책을 다 읽고 오디오 동화를 틀어주면 늦어도 저녁 9시면 모두 잠이 든다. 세 아이 수면 루틴이다.


오늘 아내 없이 세 아이를 재워야 한다. 과연 아내 없이 성공할 수 있을까. 동시에 두 명은 재워봤어도 세 명은 처음이다. 30분 전부터 골머리가 아팠다. 어떻게 재울까, 한 번에 재워야 하는데 고민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바둑을 복기하듯 신의 한 수를 찾았다. 먼저 셋째 분유를 먹이고 재운 다음 첫째 둘째를 재울까, 아니면 셋째 분유를 먹이고 다 같이 안방에 들어가 재울까 셋째 분유 먹일 때부터 모두 잠든 모습을 상상하며 머릿속에 처음부터 끝까지 그렸다.


저녁 8시가 되었다. 실수 없이 치밀해야 한다. 먼저 셋째 분유를 먹이기 위해 젖병을 준비했다. 이거 참, 생각지도 못한 변수다. 계획에 없던 일이라 당황했다. 둘째가 갑자기 바짓가랑이를 붙들며 '같이 같이' 같이 놀자고 조른다.


이미 분유는 탔다. 어쩔 수 없이 거실 소파에 앉아 분유를 먹였다. '지호야! 아빠랑 같이 노래 부르자' 버튼을 누르면 동요가 나오는 책을 누르도록 유도했다. 휴 다행이다. 한 번 같이 부르더니 혼자 앉아 책을 본다.


첫째 도움이 컸다. 역시 눈치 빠르다. 그래서 더 첫째에게 미안하다. 셋째 분유 먹일 준비를 하니 '난 색칠이나 해야겠다'며 주방에 있는 식탁으로 갔다. 이 모든 게 네 덕이야.


이게 웬일, 셋째가 생각보다 빨리 잠들었다. 분유를 다 먹인 다음 트림을 시키고 품에 안고 있었는데 눈이 스르르 감더니 그새 잠든 것이다. 셋째를 안고 있는 팔에 베개를 포갰다. 새근새근 잠든 셋째를 보며 씨익 웃었다. 생각보다 빨리 자겠는데 어깨를 으쓱했다. 셋째를 안방에 있는 아기 침대에 눕혔다.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안방에 들어갔다. 이대로면 평소처럼 재우겠다 싶었다. 이때부터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여유가 있었다. 평소처럼 책을 읽었다. 소풍을 다녀온 첫째가 10분 만에 잠이 들었다. 이제 마지막 고비다. 둘째만 재우면 된다. 육퇴의 고지가 보였다. 책 두 권을 읽어주고 오디오 동화를 틀어줬다.


둘째가 등을 지고 돌아 누웠다. 둘째가 잠든다는 신호다. 조심스럽게 둘째를 살피니 금방 잠들 것 같았다. 몇 초 정적과 함께 새근새근 숨소리만 들렸다. 드디어 잠들었구나.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이제 거실로 빠져나가면 된다. 육퇴가 코앞에 있었다. 하지만.


고요한 안방에 불안이 엄습했다.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지... 아기 침대에 곤히 자던 셋째 숨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킁킁거렸다. 뒤척인다. 순간 느낌이 싸했다. 아니나 다를까 셋째가 앵하고 깼다. 울음소리를 듣고 둘째가 눈을 번쩍 떴다. 순간 멘붕이 왔다. 내다보지 못한 수였다.


잽싸게 셋째를 품에 안았다. 흔들흔들 자장가를 부르며 다시 재웠다. 잠든 첫째와 멀뚱멀뚱 쳐다보는 둘째 사이에서 셋째를 품에 안고 앉아 둘째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자장가를 불렀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몇 번을 불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도 '또 또' 또 불러달라는 둘째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저녁 8시 50분에 육퇴 성공했습니다. 냉장고에 맥주가 없음을 한탄했다는, 거실을 보고 한 숨을 쉬었다는, 하지만 TV를 보며 금세 육아의 고단함을 잊었다는 세 아이 아빠의 이야기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파이프라인의 첫 수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