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힘내 주세유

by hohoi파파

요즘 예민하다. 사춘기도 아니고 이유 없이 짜증 난다. 39살에 갱년기는 더더욱 아닐 텐데. 도대체 화가 나는 이유가 뭘까. 불쑥 올라오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다. 평정심을 잃은 지 오래다. 한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마주할 때면 불안하다. 부정적인 감정이 집안을 더럽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나이 든 탓일까. 만약 그렇다면 서러운 일인데. 누군가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왜 셋을 낳아서 아등바등하고 그러니' 딱 한 소리 듣게 생겼다. 사실 몸과 마음을 관리하고 다스리지 못한 탓이 크다. 아무래도 삐그덕 거리는 이유는 몸과 마음을 잘 보살피지 않아 생긴 것이다.


며칠 전 아내가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아! 맞아 예전에는 그랬었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아이들을 망치고 있는 것 같아 후회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 돌아갈래' 진짜 돌아가고 싶다. 첫째 얼굴에 웃음꽃 피우던 시절로 말이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주말이 반갑지 않다. 주말이 되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나마 주말이 두렵지 않아 감사해야 하나. 그냥 주말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좁은 집에서 세 아이와 고군분투하다 보면 차라리 출근하고 말지 하는 마음이다. 어느 순간부터 힘 빠진 평범한 아빠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유독 여섯 살 첫째를 혼낸다. 돌이켜보면 첫째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어깃장 내는 꼴이 보기 싫어졌다. '그때는 다 그러는 거야!'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 어느 순간 첫째에게 지시하고 명령하고 있는 모습을 마주하고 섬뜩 놀랐다. 매만 안 들었을 뿐이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어느 순간 첫째 얼굴에 그늘이 졌다. 눈치 살피는 첫째가 보였다. 누군가 머리를 때린 듯이 멍했다. 아차 싶었다. 첫째의 말과 행동이 변한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예전과 달리 어떤 문제가 생기면 쉽게 운다. 울 일이 아닌 상황에도 울음부터 나온다. 첫째 표정이 어둡고 자신감 없다. 주눅이 들었다. 자기 뜻대로 안 되면 감정부터 표출한다. 방문을 쾅하고 닫는 일이 늘었다. 첫째의 모습이 위태롭다.


한 번은 첫째가 방문을 쾅하고 들어가 한 동안 나오지 않았다. 방에 들어간 아들에게 나름 자기감정을 풀 시간을 주었다. 시간이 꽤 흘렀다. 방문을 열고 나온 아들 얼굴을 보고 놀랐다. 분명 손톱으로 긁은 상처였다. 자해한 것이다. 자기감정을 다스려본 경험이 없는 아이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자기 몸에 상처를 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러면 안 되겠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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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힘내 주세유
우리가 있잖아유
아빠 힘내 주세유
우리가 있쪄유


며칠 전부터 둘째가 노래를 흥얼거린다. 어린이집에서 배운 모양이다. 아들이 처음 노래 불렀던 그날, 하원하고 잠들 때까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노래 불렀다.


아들이 웃으면 눈이 사라진다. 마치 이효리가 웃는 것 같다. 싱글벙글 웃으며 노래 부르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아들 모습에 그날 하루 고단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아들 재롱에 기분이 좋았다. '아빠 힘내 주세요' 부정확한 발음에 배꼽 잡았다. 누가 들으면 충청도가 고향인 줄. 아들 노래에 없던 힘도 생겼다.


세 아이들이 자기 방식대로 '아빠 힘내'라고 한다. 첫째는 출근길 늦어질까 봐 스스로 옷 챙겨 입고 차에 타 안전벨트를 매고 기다린다. 둘째는 그냥 넉살 좋게 엥겨 붙는다. 셋째는 나를 따라 시선을 돌리고 웃으면 따라 웃는다. 요 며칠 아이들을 보며 아빠가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


어제 첫째를 재우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루 마무리 기도해주다 어찌나 울컥하던지. 기도를 잇지 못했다. 그새 첫째는 잠들었다. 토닥토닥 첫째 엉덩이를 두드리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도했다. 아빠도 힘낼 테니 조금만 힘 내줘. '나 돌아갈래'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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