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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Apr 12. 2021

정규직은 아니지만 교육복지사가 좋다

  교육복지사는 정규직이 아닙니다. 같은 교육복지사라도 지역에 따라 임금 유형이 다릅니다. 지역에 따라 임금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임금이 차이가 납니다. 한마디로 차별이 존재해요.  


  최근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하지만 고용 불안은 여전합니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일정 저소득층 가정 수가 충족되어야만 학교에 교육복지사 전문 인력이 배치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을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사업 종료로 1년 만에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학생들을 사례 관리하는 교육복지사의 업무 특성상 적어도 한 학교에 3년 이상 일해야 되거든요. 잦은 근무지 이동은 학생에게도 교육복지사에게도 도움되지 않습니다.  


  교육복지사(학교사회복지사)는 하고 싶은 일입니다. 꿈이죠. 지금도 교육복지사의 일이 좋고 여전히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매년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고민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과연 나이가 들어서도 아이들과 관계 맺는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돼서입니다. 생각보다 타인의 인생에 관여하고 취약한 학생들의 환경을 변화 주는 일이 쉽지 않거든요. 힘에 부칩니다. 한 학생, 가정의 변화를 위해 많은 시간뿐만 아니라 에너지가 들어요. 솔직히 학생과 가정의 긍정적인 변화는 교육복지사의 전문성이나 역량만으로 가능하지 않아요. 학교와 지역 공동체가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 합니다.  

사진 출처: 환경 일보 [정부, 민간위탁 비정규직 ‘희망고문’] 기사문에서

  상담 장면에서 자신의 장점을 말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한 가지라도 좋으니 좋은 면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생각 전환을 위해서입니다. 살면서 어떤 현상이나 사물, 사람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거든요.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합니다. 좋은 면을 발견하고 결점을 강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요. 


  이직보다 이직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더는 이직을 고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많았으니깐요. 그래서 더 잘하려고 애쓰나 봅니다.


  첫 번째로 교육복지사의 일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쉽게 슬럼프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냥 재밌습니다. 무엇보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인생 목적과 사회복지 가치가 닮아서 좋습니다. 사회복지사의 역할에 충실하다면 선한 영향력을 미칠 테니깐요.


  두 번째로 더 잘하고 싶어 졌습니다. 한계를 느낄 때마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상담해주고 싶어 아동·청소년상담학과 석사 과정에 입학해 졸업했습니다. 한계는 도전하게 했습니다. 사례관리나 상담 관련 연수를 찾아들었습니다. 연수에서 들었던 강의 내용을 실전에 적용하면서 공부하고 연구합니다. 감정 카드를 활용해 8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을 1:1 초기 면담하는 경험으로 교육복지사 직무연수 때 강연하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로 학생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어 좋습니다.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매력입니다. 교육복지의 핵심 가치는 학생들의 자발성입니다. 학생들이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 자발성을 위해 프로그램 기획 과정에 참여시킵니다. 

  학생들이 기획한 프로그램은 지루하지 않습니다. 예측 불가능합니다. 2박 3일 지리산 종주, 교과서에 나오는 지역 여행, 학교 공터에 상추를 심어 마을 장터에 팔기 같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습니다. 초등에 근무하고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요즘, 역동 있는 프로그램을 하지 못해 아쉽긴 합니다.


  네 번째로 워라벨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할 할 수 있습니다. 방학은 여유롭습니다.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오롯이 업무나 자기 계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주로 방학에는 책을 읽고, 배우고 싶은 교육과 연수에 참여합니다.  


  다섯 번째로 다른 직장보다 퇴근 시간이 빠릅니다. 오후 4시 30분이면 퇴근합니다. 퇴근 후 얼마든지 자기 계발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바리스타 자격증이나 상담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했을 것입니다. 동료들과 독서 모임도 가졌겠지요. 하지만 결혼했다고 나쁜 것은 아닙니다. 가정이 있어도 퇴근 시간이 빠른 것은 장점입니다. 직접 아이들을 등 하원 할 수 있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좋습니다.


  여섯 번째로 학생들의 변화와 성장을 목격합니다. 학생의 변화와 성장은 교육복지사의 있을 자리,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수업 거부를 하는 학생이 학급에 들어가고 자해하던 학생이 더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목격하는 일은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꿈이 생겼습니다. 교육복지사의 일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입니다. [나는 교육복지사입니다], [사회복지 입문서], [직장인 글쓰기]에 대한 책을 쓰고, 학생 변화 사례를 강연하는 꿈을 꿉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위해 아기띠 메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자기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힘은 태도에 있지 않을까요. 교육복지사가 비정규직이지만 좋은 이유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입니다. 진짜 딱 40대까지만 더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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