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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May 31. 2021

아들, 먼저 사람이 되거라

'유호는 커서 뭐가 될 거야?'  


'사람'


군더더기 없는 아들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무슨 말만 들으면 아들이 중학생인 줄. 말하기 귀찮아서 어찌나 건성으로 대답하던지. 5초 동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을 잇지 못했다.


여섯 살의 대답은 상상 이상이었다. 몇 번을 되물어도 '사람'이란다. 차라리 날고 싶어서 나비라고 말했던 네 살 때가 낫다. 나비는 순수함이라도 있지.  


갑자기 분위기 싸해졌다. 질문했으니 어떻게든 마무리지어야 했다. '하하, 유호는 사람이 되고 싶구나!' 어찌나 웃음소리가 어색하던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아들이 눈치챌까 얼른 말을 이었다.  


'유호는 사람이 돼라.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말고... 다른 사람을 돕고 배려하는 거야, 사랑하고 베푸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유호는 꼭 그런 사람이 돼.'


흑흑. 아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혼자 진지 했다.


아들, 뭐가 되려 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거라. 그다음 뭐를 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아빠는 항상 아들을 응원할 테니. 잊을 만할 때 다시 물어볼게 '유호는 이다음 커서 뭐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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