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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May 25. 2021

갓난아기 냄새가 그리운 날

6개월 된 셋째에게서 젖비린내가 사라졌다. 더는 갓난아기 냄새를 맡을 수 없다. 사라진 아기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하여 매일 애꿎은 아이 손만 킁킁거린다. 하지만 이제는 살갗 냄새만 날뿐, 아기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다. 그새 아기 냄새가 다 빠져나갔다.


갓난아기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치 엄마 품 같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아이를 품에 안아 발름발름 냄새를 맡는다. 아이 코를 살랑살랑 비벼대면 젖 냄새가 올라온다. 손은 또 어찌나 빨아 댔는지 축축한 손을 잡고 코 가까이 대면 베이비 로션 향과 침 냄새가 섞여 코 끝으로 전해지는 향이 오묘. 아기 냄새는  자체가 위안이고 행복이다.


더러는 갓난아기 냄새가 그리워 출산의 고통도 잊고 아이를 다시 낳는다는데. 넷째는 진짜 아니라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 요즘 들어  빠져버린 아기 냄새가 그리운 이유다.

벌써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났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다. 두 아들을 신경 쓰느라 더 안아주고 더 말 걸어주고 더 놀아주지 못했다.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 말처럼 자식도 기다려주지 않음에 더욱더 서글퍼졌다. 더 크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말 걸어주고 놀아줘야.


요즘 '소이야'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웃으면 씩 따라 웃는다. 따라 하는 아이의 반응에 신기하면서 기분 좋다. 아이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점점 빠져드는데.


셋째에게서 헤어 나올 수 없는 능력이 하나  생겼다. 아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으면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손을 내밀어 얼굴을 더듬는다. 아이의 손길 위될 줄이야. 잘못 콧구멍 속으로 손가락이 무참히 들어올 때도 있지만 아이의 손길은 마치 아빠 얼굴을 확인하는 듯하다.      


고사리손으로 있는 힘껏 움켜쥔다. 손가락을 내밀면 자기 쪽으로 확 끌어 잡아당기는데 쥐는 힘이 예사롭지 않다. 어서 빨리 퇴근해서 아이 손을 킁킁거리고 살랑살랑 코를 비벼대고 싶다.


"소이야 너무 빨리 크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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