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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n 02. 2021

동생을 돌보는 일을 특권으로 여기게 하는 부모 태도

동생을 돌보는 일에 참여하는 것은 첫째 아이만 경험할 수 있는 특권입니다. 첫째는 동생을 미워하고 질투하는 마음과 동시에 동생에 대한 호감과 관심도 있습니다. (중략) 동생을 돌보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 할 때 부모의 열정적인 응원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 초등 매일 습관의 힘, p202. -


첫째와 의도치 않은 사실상 실랑이가 벌어졌다. '유호야, 아빠가 할게, 뚜껑을 단단하게 조이지 않으면 흘려서 그래.' 둘째에게 먹일 약통 뚜껑을 자기가 직접 닫겠다는 첫째와 본의 아니게 팽팽하게 맞섰다.


첫째가 손을 힘껏 움켜쥐고 좀처럼 뚜껑을 주지 않았다. 이게 뭐라고, 유호가 한번 닫아볼래? 하면 끝났을 일이었다. 억지로 뺏으려고 하자 첫째는 다용도실로 도망갔다. 숨어 버리는 아들 행동에 순간 화가 났다. 말을 듣지 않는 아들 행동에 무시한다고 느꼈을까, 아님 통제 안 되는 상황에 짜증 나고 화가 났을까. 더는 감정대로 했다간 큰일 나게 생겼다. 감정 조절을 위해 숨을 골랐다.

오히려 잘못된 태도로 둘 관계를 방해했는지도 모르겠다.

진작에 첫째의 진짜 마음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첫째의 행동은 골탕 먹이려는 행동도, 고집 피우는 행동도 아니었다. 단지 직접 동생에게 약을 먹이고 싶었을 뿐이다.


'예전에도 유호가 먹여줬어' 실랑이를 지켜보던 아내가 중재했다. 속으로 뜨끔했다. 아... 진작에 말해주지 속으로 고마우면서도 빨리 말해주지 않은 아내가 원망스러웠다. 이미 아들은 울고불고 난리 났다. '아... 아빠가 잘못했어.' 아들에게 약통 뚜껑을 건넸다.  


그 뒤로 첫째에게 약통을 건넬 기회만 엿보고 있다. 눈치껏 약 먹을 시간에 넌지시 약통을 줘야겠다.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꼭 안아줘야겠다. 왜 동생을 챙기는 마음과 스스로 하려는 것을 방해했는지, 이제부터라도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자세히 오래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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