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hoi파파 Jun 08. 2021

주말에는 무조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요

'내일 어디 가서 뭐하지?'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아침이 되면 항상 아내에게 하는 말이다. 주말이 되면 어떻게 보내야 할지 늘 고민이다. 사실 몇 군데 다니면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유호야 내일 어디로 갈까?' 첫째에게 물었다. 첫째가 '북극곰 보러 갈까? 펭귄도 봤었잖아.' 아들이 북극곰이라고 말하자마자 서천 국립생태원이 떠올랐다. 진짜 북극곰은 아니지만 진짜 같은 북극곰 모형이 기억에 남았나 보다. 생각해보면 서천 국립생태원은 매년 가는 곳이다. 아이들과 당일치기로 가기 딱 좋은 장소다.  

에코리움에 들어가기 전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있다. 정문 쪽으로 들어가면 사슴 생태원이 있고 조금 걷다 보면 놀이터가 있어 굳이 에코리움에 안 들어가도 하루 종일 놀 수 있다.(현재 코로나로 폐쇄했지만) 하지만 아이들과 걷기에는 조금 멀어 에코리움과 조금 더 가까운 서문을 이용한다. 서문으로 들어가면 습지 생태원이 있다. 수생 식물을 보면서 갈대 길을 지나가면 드디어 도착.


에코리움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과 솔방울을 주우며 던지기 놀이를 했다. 줄줄이 열을 지어 지나가는 개미 떼를 보며 신기했는지 한참을 쭈그려 앉아 가만히 지켜봤다.

에코리움에는 각종 기획 전시물이 있는데 기후별(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로 동식물을 전시했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볼 수 있는 볼거리가 많다. 개미 전시관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조각낸 나뭇잎을 물고 줄지어 가는 모습을 보고 어찌나 신기하게 쳐다보던지, 한참을 구경했다. 극지관에 가면 펭귄이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것과 천장에서 보슬보슬 떨어지는 얼음 가루를 받아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야외로 나가면 수달도 있어 작은 동물원에 온 느낌이다.  

'유호야! 우리도 생태 스탬프 찍어보자' '도장 다 찍으면 선물도 준대.' 선물이라는 말에 '진짜?' 아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물 욕심에 굳이 아이들 인원수대로 세 장을 챙겼다.

서로 자기가 먼저 누르겠다며 아우성이다. 꾹꾹 누르는 고사리손. 선물 받을 생각에 흥분한 첫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선물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선물이 아닐 텐데.' 뭔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사탕, 젤리를 주면 어떻게 하냐며 들떠 있는 첫째. 서문을 나서기 전 선물을 받았다. 선물은 귀여운 수달이 그려져 있는 분홍색 작은 노트였다. 선물을 받고 어찌나 당황하고 실망하던지. 달래주느라 애 먹었다.   

시시해서 안 하겠다는 아들, 속마음은 무서워서 벌벌.

10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장항 오토캠핑장이 있다. 집에 가기 아쉬워서 장항 송림 산림욕장과 장항 스카이 워크도 들렸다. 장항 송림 산림욕장 안에 이런 놀이터가 있었다니. 아이들로 빠글빠글했다. 원래 산림욕장을 지나 해변가에 텐트 치고 쉬려고 했다. 결국 아이들 등쌀에 못 이겨 놀이터 한쪽에 텐트를 쳐야 했다.  

처음이 무섭지, 곧잘 외나무다리를 건넜다

유난히 겁 많은 아들. 외나무다리를 건너지 않고 주저하고 있는 아들에게 '유호야 도전, 할 수 있어' 한 번 해보라고 격려했다. 자기 딴에는 무섭다고 하면 자존심이 상하니 시시해서 안 타겠단다. 눈을 질끈 감으면서 계속 시시해서 안 탄다고 하는데 어찌나 그 모습이 귀엽던지 타고 싶을 때 타라고 말하고 더는 부추기지 않았다.    


2주 전 주말, 임실 사선대에 갔다. 사실 사선대는 이날 처음 간 곳이다. 사선대를 두고 섬진강이 굽이돌아 흐르고 있다. 그 옆으로 조각 공원과 놀이터가 있다. 넓은 잔디 광장도 있어 돗자리와 텐트에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비눗방울을 불고 공놀이 하는 가족들로 시끌벅적하다.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시간, 아들에게 '어디에 텐트 칠까' 불어봤다. 첫째가 공원을 한 번 쓱 둘러보더니 나무 사이 그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살짝 기울어진 곳이었지만 여기로 하자는 아들 말에 그 자리에 텐트를 폈다. 텐트를 고정시킬 핀을 박을 돌도 주워오는 아들, 이제 제법 남자다.   

두 아들은 어딜 가는지 싸온 도시락을 다 까먹고 시작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텐트를 치자마자 않아서 먹기 시작했다. 민망하게도 텐트에 머물렀던 시간은 점심 먹었을 때가 전부다. 점심과 간식까지 알뜰이 챙겨 먹고 그제야 텐트에서 나섰다.


두 아들과 킥보드 탔다. 공원 한 바퀴 돌았다. 잠깐 놀이터에서 놀다가 모래 놀이하러 갔다. 그늘 없는 땡볕. 그늘이라곤 이미 자리 잡은 나무 그늘뿐이었다. 나무 그늘 모퉁이에 비집고 들어갔다. 결국 반나절 동안 모래 놀이만 하다 왔다. 모래 놀이하는 곳 바로 앞에 섬진강이 흘러 수십 번도 넘게 물을 길어 왔다는.    


일주일 주 전 주말, 익산 공룡테마공원에 갔다(무슨 밀린 숙제라도 하듯 글 쓰고 있다). 마침 매주 토요일마다 축제를 하고 있었다. 체험 부스도 운영되고 한쪽에서는 무대에서 공연했다.

아직 내부 공사 중이라 밖에서 도시락 까먹고 킥보드 타고 놀았다. 공연 관람도 보고 공룡 인형탈을 쓴 사람과 사진도 찰칵! 퇴근한다며 자리 뜬 공룡을 뒷 따라가는 아들. 공룡이 옷 벗었다며 흥분한다. 아들 공룡인지 사람인지 헷갈린 모양이다. '아직 순수해서 좋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만든 탑 보러 갈래?' 할아버지라는 말에 까르르 웃는 두 아들. 호기심이 생겼는지 가보자고 했다. 실망하면 안 될 텐데, 괜한 바람을 넣었나 불안한 마음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보러 갔다. 아니나 다를까 첫째가 이게 뭐야 실망했다. 넓은 잔디 광장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짜증날만도 했다.  


저녁 먹이고 재우려면 지금 집으로 출발해야 했다. 하지만 원래 계획은 거북이에게 밥을 주는 것까지였다. 조심스럽게 첫째에게 지금 집에 가야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북이 밥을 주기로 했지 않았냐며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살면서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고, 계획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뀌거나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할 나이다.  

아이들은 약속을 기억합니다. 육아의 절대 진리,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세요.


'지금 가면 늦어져서 거북이 밥만 주고 바로 집으로 가야 해, 내일 가면 더 오래 있을 수 있는데 어떻게 할래?' 아들에게 제안했다. 더 좋은 선택이라는 가면을 쓴 반 강제 유도 질문이었다.


아이들은 유도질문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오늘 가기로 했으면 오늘 가야지' 말하는 아들에게 더 말했다간 울고불고 난리 날 게 뻔했다. 결국 해 질 무렵이 다 돼서야 거북이 밥 주러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들렀다. 주차를 하고 30분만 있자라고 서둘러서 킥보드 타고 거북이가 있는 호수 데크로 갔다.


그래! 이것도 잊지 못할 추억일 테니. 기분 좋게 가자.

차로 돌아가는 길 하필 놀이터가 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가자는 아들, 미끄럼 타고 싶단다. 그래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 놀이터에서 논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이미 그때는 해탈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놀 수는 있는데 미끄럼틀 열 번만 타고 가는 거야. 차에서 엄마랑 소이랑 기다리거든.' '그럼 열한 번' 훅 들어오는 아들의 협상 테이블. '그래그래 그러자.'


매주 주말이 되면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고민이 됩니다. 아이들과의 정서적 유대감이 무럭무럭 자라길 바라면서요.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과 곡성 기차마을에 갔네요. 곡성 기차마을에 간 내용은 따로 올릴게요. 그럼 이번 주도 파이팅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동생을 돌보는 일을 특권으로 여기게 하는 부모 태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