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가 동급생을 줄넘기로 목을 조른 학생을 만난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서로 입장 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금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 가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당시 학생 간의 어떤 상호 작용이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른들의 섣부른 개입은 문제만 키울 뿐이다.
그 뒤로 가해 학생을 교육복지실에서 맡았다. 매일 4교시에 감정 카드와 그림책, 미술 치료 기법을 이용해 상담했다. 간간이 보드 게임을 이용해 한글 놀이를 했다. 손 하키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2주 동안은 5교시에 맡기로 했고 5교시가 끝나면 식사 지도를 한다.
어제 담임 선생님에게 피해 학생 부모의 요구로 반을 옮기게 됐다고 들었다. 피해 학생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날따라 유독 아이의 표정이 시무룩했다. '오늘 기분 어때?' 감정 카드를 고르게 했다. 고르는 카드마다 잿빛이었다. '차라리 퇴학시켜주세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아이의 말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아이의 말을 듣고 마음 아팠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아이도 들여다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비호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위협적인 행동 자체는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해야 한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초등학교 2학년에게 반을 옮기라는 것은 가혹했다. 반을 옮길 바에야 퇴학당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씁쓸했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교육보다 앞선다는 것이 아쉬웠다.
오늘 반을 옮긴 첫날이다. 출근하자마자 바뀐 반에서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궁금하면서 걱정되었다. 이따 5교시에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반을 옮긴 이유를 이해시키지 않으면 적개심만 심어준다. 메시지 없는 비난은 결코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못한다. 다시 말해 반을 옮기게 한 조치가 자신의 실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모든 역할에는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어, 책임은 맡은 일뿐만 아니라 내가 선택한 일, 실수, 잘못한 일도 있어.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야.'
[한영희 저자, 열 살 채근담을 만나다] 책에서 부반장이 된 연두 이야기가 나온다. 부반장이 되었다고 특별히 할 일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연두는 아침 일찍 부지런히 씻고 학교에 갔다. 부반장이라는 역할을 설명하면서 연두가 느낀 책임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고미 타로 저자, 고미 타로의 성장 수업 모두에게 배웠어] 책은 한 여자 아이가 나오는데 걷는 것은 고양이에게, 뛰어넘는 것은 강아지에게, 밤에 대해서는 올빼미에게 배웠다는 내용의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이번 일로 무엇을 배웠어?' 아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질문해볼 참이다. 아이의 말을 듣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해, 중요한 것은 잘못한 일에서 배워야 다시 후회하지 않고,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아!' 다독여줄 것이다. 치명적인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다.
사건이 일어나고 2주가 지났다. 2주 동안 가해 학생과 긍정적인 행동 목표를 세워 매일 점검하고 있다. 제한하기 중에 '위험한 행동하지 않기'로 했다. 창밖으로 몸을 내밀지 않고, 창밖으로 물건 던지지 않기,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함부로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매일 담임 선생님과 표적 행동과 수업 태도를 체크하며 잘한 점을 인정해주고 칭찬해주었다. 담임교사와 상담 교사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
놀랍게도 학생의 문제 행동이 거의 줄어들었다. 어쩌면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 사람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 곁에 있어서 변화했다고 믿는다. 2주 동안의 작은 변화를 돌이켜보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어른의 따뜻한 관심과 인정,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존중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