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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n 30. 2021

핸드폰 사주라는 여섯 살 아들

스마트폰 사줄까 말까 고민하기 전에

아들과 킥보드를 타다가 전주역, 첫 마중 길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았다. 흔들의자에 몸을 맡기고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이 느닷없이 핸드폰을 사달라고 했다. 훅 들어오는 아들의 요구에 당황했다. 시크릿 쥬쥬 노트북을 사달라고 조르던 다섯 살 때와 사뭇 달랐다. 진지했다. 그건 장난감이지 않나. 아들에게 '핸드폰은 왜 필요한데?' 물었다. 아들은 쑥스러운지 고개를 숙였다. 비시시 웃으며 '모른다'라고 말했다. '아빠에게 이유를 설명해줘야, 유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사주지' 아들에게 이유를 되물었다.


'게임이나 하게' 무슨 게임한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니. 게임도 하고 전화도 해야 된다며 아들은 핸드폰 사줄 것을 당당하게 요구했다. 단 한 번도 아들에게 핸드폰을 준 적 없는 나로서는 당혹스러웠다. '핸드폰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또 어떻게 알았지?' 아무래도 윗집에 사는 주인집 아들과 몇 번 어울리더니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을 본 모양이다.  

순간 핸드폰 사달라는 아들 요구가 앞으로 첩첩산중 넘어야 할 과제로 보였다

최근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개념을 알았다. 디지털 네이티브란 디지털 환경에서 나고 자란 1020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노트와 볼펜으로 공부했던 X세대로서 아이패드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Z세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이해하기란 어렵다.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더욱 실감한다. 종례 후나 방과 후면 복도나 운동장 벤치에 앉아 핸드폰 게임에 몰두하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재 초등학생들의 꿈은 유명한 유튜버가 되는 것이다. 모든 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크리에이터는 대세이자 주 관심사는 분명하다.


아들에게 빌 게이츠 이야기를 해봤자 알아들을 리가 만무했다. 그렇다고 언젠가, 생각보다 훨씬 일찍 아들에게 핸드폰을 사줘야 할 때가 올 텐데 무조건 안 사주고 버티기도 어렵다. 요즘 아이들은 핸드폰으로 소통하니까. 혹여나 혼자 핸드폰이 없어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은 당하지 않을까, 친구들과 관계 맺는 것에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부모로서 현실적인 걱정과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한 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만 2세까지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어떤 매체에도 노출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한다. 2세 이후 초등학교까지는 부모의 지도하에 1시간을 넘어가지 않게 하고, 초등학교 이후부터 하루 2시간 이하로 사용하도록 권장한다.(지윤채 저자/틱 증상, ADHD, 발달장애 가정에서 치료하기)


아들에게 중학생이 되면 사주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빌 게이츠를 염두하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유호에게 필요한 물건은 아닌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중학교는 가야, 전화할 일이 생겨. 그때는 엄마 아빠 없이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거든.' 지금은 엄마 아빠랑 같이 다니니까 전화할 일은 없다고 차근차근 안 사주는 이유를 설명했다. 게임은... '아빠랑 보드 게임하자' 게임은 보드 게임이 최고지 말하는 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둘러대는 것 같아 부끄럽더라. 아들에게 핸드폰 사주기는 피할 수 없는 잔이다.


문제는 핸드폰이 아니라 자기 조절력을 키워주는 부모 역할이다. Z세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핸드폰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가혹하다. 오히려 권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이 스스로 조절해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제한하는 부모 역할이 중요해진 이유다.


TV는 ADHD의 주범이다. 요즘 아이들은 핸드폰이 TV가 된다. 부모가 아이와 의논해 핸드폰 사용 시간과 TV 시청 시간을 정하고 제한해야 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규칙을 정하고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의식하면서 핸드폰을 사용해야 한다.


(노정미 외 14명 저자/ 초등 매일 습관의 힘) 저자의 '부모가 스마트폰을 대체자가 되어라'는 말에 공감한다. 최근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가정환경은 의도치 않았지만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정을 들여다보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무도 없는 빈 집이다. TV 시청과 스마트폰 사용하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런 영향으로 학생들은 우울하고 자존감이 낮으며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학교 적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독 증상은 또 다른 문제다.


아이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매일 30분이라도 부모와 함께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날 무엇을 배웠는지 묻고, 기분은 어땠는지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날 있었던 일을 공유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일과 더불어 산책하고 운동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결국 타인과의 관계 맺기는 가상이 아닌 현실세계에서 이뤄진다. 부모와의 유대감, 친밀한 관계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과 건강하게 관계 맺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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