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hoi파파 Jul 04. 2023

아들 방이 부러운 이유

베란다 서재를 꿈꾸는 아빠들

살면서 부러웠던 적이 있었나. 남들과 비교하지 않은 나는 웬만해서는 부럽지 않다. 하지만 SNS에 올린 돈다발 사진을 보고도 아무 감흥 없던 내가 며칠 전 아들을 부러워했다. 방이 생긴 아들이 앞으로 노크하고 들어오라고 하는데 리스팩트했다.  


아내는 아들에게 초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방을 선물했다. 몇 달 전부터 아내는 아들과 함께 방에 들일 책상과 침대를 골랐다. 아들 덕에 살다가 처음으로 이케아 신세계를 맛보기도 했다. 고심하고 고심하던 어느 날 심플한 흰 철재 책상이 놓이더니 어제는 수납공간이 넉넉한 새 침대가 놓였다.

아들 방에 새 침대가 만들어지는 동안 얼마나 방문을 기웃거렸는지 모른다. 설치 기사님도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자기 공간을 꿈꾸지만 당분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아빠의 서글픈 눈빛을 말이다. 책상만 덩그러니 놓여있던 방에 침대까지 들여놓았으니 정말로 방다워졌다.

사실 26평 아파트에 이사 오자마자 나만의 공간을 찾았다.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아 헐떡이듯이 숨은 공간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방 3개 달린 집에 다섯 식구가 살면서 나만의 공간을 찾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사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방과 작은방은 아이들 차지가 되었다. 안방은 부부 둘만의 공간으로도 쓰지 못한다. 안방과 작은방, 거실은 아이들 재우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느 날 아내에게 거실 베란다에 매트를 깔고 작은 책상을 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되레 야단만 맞았다. 그렇지 않아도 좁디좁은 베란다에 말이 안 된다며 나무랐다. 서재는 고사하고 26평 중에 1평도 얻기 어려웠다. 집 어디에도 혼자 머물 곳이 없다.

상상만 해도 힐링된다

남편이 화장실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안 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쾨쾨한 곰팡이 냄새는 문제 되지 않는다. 잠시라도 나만의 공간에 머문 듯하여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다. 겸사겸사 변기에 앉아 빠르게 뉴스기사를 읽어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멍 때리며 생각 정리를 하는 것이다. 남편은 치질보다 나만의 영역이 없음을 더 두려워하고 못 견딘다.


어쩌나 기-승-전-결 방이 생긴 아들이 부럽다는 글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내 공간인 듯 내 공간 아닌 내 공간 같은 식탁과 옷방에서 글을 쓴다. 당분간 이사할 계획이 없어 나만의 공간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경 1미터라도 좋으니 호시탐탐 나만의 공간을 엿볼 것이다.


글을 마치며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노래를 목놓아 불러본다.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자랑 얼마든지 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네가 가진 책상, 침대 하나도 부럽지가 않어. 난 괜찮어."


https://www.insight.co.kr/news/164617

http://dxra.tistory.com/31


매거진의 이전글 핸드폰 사주라는 여섯 살 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