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간 첫 1박 2일 여행 후기
여수 첫 일정은 유월드 루지 테마파크와 다이노 밸리였다. 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킹콩과 티라노사우르스가 반기고 있었다. 아들이 뻣뻣한 킹콩 털을 만져보며 신기해했다. 무엇보다 크기에 압도당했다.
하루 전날 루지 3회권, 놀이기구 10회권을 미리 예매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루지 5회권 놀이기구 5회권을 끊어야지. 루지 3회권은 뭔지 모르게 아쉽더라. 사실 아들보다 내가 더 신났었다. 코스 구간도 길었지만 코스도 다양해서 스릴이 넘쳤다. 나중에 아들 혼자 운전할 수 있을 때 다시 가봐야겠다.
아들은 루지를 세 번 연속해서 타길 원했다. 한 번에 다 타는 것은 뭔가 아까웠다. 맛있는 것은 나중에 먹는 것처럼 아껴먹고 싶었다. 놀이기구를 다 타고 두 번 연속 타길 바랐다. 아들도 곰곰이 생각하더니 루지를 마지막에 타자고 했다. 그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다. 아들과 4시간 동안 신나게 놀았다.
원래 계획은 다음 장소로 이순신 광장과 고소동 벽화 마을에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들은 숙소에 가보자고 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시간, 그늘만 벗어나도 숨 막혔다. 아들과 이순신 광장과 고소동 벽화 마을에 가는 것은 무리였다. 짐도 풀 겸 아들이 하자는 대로 했다.
숙소에서 쉬다가 케이블카를 타려고 나섰다. 일몰과 돌산대교 야경을 보려고 자산 공원 쪽 탑승장으로 향했다. 케이블카 탑승장과 이어진 다리를 걷는데 높이에 아찔했다. 심장이 벌렁벌렁 발바닥이 찌릿거렸다. 아들은 다리 난간을 붙잡고 다리 밑을 서슴없이 내려다봤다. 혼자 어찌나 긴장되던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저 배는 어디 가는 걸까?' 한참을 항에 들어오는 배를 보더니 아들이 물었다. '글쎄, 어디 가는 걸까.'
드디어 케이블카에 탔다. 케이블카가 바다 위를 건너는데 하도 긴장돼서 마음 편하게 주변을 살피거나 사진을 찍지 못했다. 아들과 얼어붙었다. 동동 발 구르는 아들 손을 붙잡았다. 아빠 체면이 말도 아니었다. 하하.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돌산대교가 물들었다. 캄캄해지고 돌산 대교에 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졸렸는지 숙소로 가자고 재촉하는 아들에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들에게 돌산 대교 야경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한 번 타봤다고 숙소로 돌아가는 케이블카에서는 여유로웠다. 그래도 손발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나긴 하더라. 그렇게 여수 밤바다를 보지 못하고 여행의 첫날이 저물었다.
여수 여행 2일 차, 아침 먹으러 서울 해장국에 갔다. 시래기국밥을 시키고 아들과 나눠먹었다. 아들은 계란 프라이와 숙주나물로 밥 한 공기를 뚝뚝 해치웠다.
첫날에 가지 못한 이순신 광장에 갔다. 사실 속셈은 따로 있었다. 여수당 아이스크림이 목적이었다. 마음 같아선 이순신 수제버거, 바게트 버거 모두 맛보고 싶었지만 아들이 아토피가 있어 어쩔 수 없었다. 참느라 애먹었다. 회와 맛집 투어는 아내와 하기로 애써 미뤘다. 여수 밤바다도.
매 순간 행복해하는 아들, 그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제 전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아들도 그랬지만 어찌나 아쉽던지 이대로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마지막 여행지로 출발했다. 아~ 여수여! 안녕.
마지막 여행지는 아쿠아 플레넷이었다. 이번 여수 여행의 테마 중에 하나인 흰돌고래를 보기 위해서다. 전날 밤 숙소에서 잠들기 전에 돌고래 책을 읽어서 일까, 아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연신 아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우와! 우와! 신기하다.' 한참 동안 주위에 머물며 흰돌고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눈을 꿈벅거리며 누워서 헤엄치는 바다사자와 먹이를 먹으로 사육사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펭귄을 볼 때 좋아했다. 국대 최대 규모로 자랑할 만했다.
이런 사진은 아들이 다른 곳에 열중할 때 한 컷.
진짜 여행의 마지막 일정, 젤 캔들 만들기. 색 모래와 자갈, 다양한 피규어를 투명한 병에 담아 꾸미는 체험이었다. 관람하는 곳에서 버젓이 벌려놓은 체험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아들 역시 보자마자 피규어를 만지작거렸다. '아빠 이거 하면 안 돼?' 묻는 아들에게 안된다고 거절할 수 없었다. 색 모래와 자갈을 깔고 직접 고른 피규어를 투명한 병에 배치했다. 만드는 내내 집중하는 아들이 신기했다. 돌에 이름을 세기고 젤이 굳기를 20분 기다렸다. 완성된 것을 보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하길 잘했다 생각했다. 진짜로 여수여 안녕.
전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떡실신한 아들이면 최고의 여행이 됐으리라.
첫째와 단둘이 여행을 가보니 절실히 알겠더군요. 아들이 원하는 것은 '가끔이라도 좋으니, 엄마와 아빠 부모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종종 첫째와 단둘이 떠나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