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유치원 하원 길에 '아빠! 여수에 가려면 며칠 남았어?' 물었다. 아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며칠 전부터 아들이 여수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아들의 마음은 이미 여수 밤바다에 있다. 그렇게도 좋을까. 여수 이야기만 하면 아들은 신났다. 아들이 빨리 여수에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첫째와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첫째에게 여름방학 때 아빠랑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차 타고 서울에 가자'라고 대답했다. 아들, 촌티 내는 거야? 애나 어른이나 in 서울. 아들에게 '서울 가고 싶구나! 그래, KTX 타고 1박 2일 서울로 여행 가자.' 그 뒤로 매일, 아들은 언제 서울 가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아들에게 '서울에 가면 63 빌딩이 있어, 무려 63층이나 돼! 서울 여행 가면 무조건 들려야 하는 곳이야' 장난쳤다. 종종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남산 타워 야경, 북촌 한옥마을, 광화문, 경복궁, 인사동, 석촌 호수 공원... 서울은 아이와 함께 갈 곳이 많다. 지하철만 타도 신났을 아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다시 확산됐다. 솔직히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지 않았어도 이 시국에 서울로 여행 가는 것은 무리수였다. 아들에게 '지금 코로나가 다시 심해져서 서울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서울에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대신 서울과 반대방향으로 여행 가자'라고 했다.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운 남쪽 끝으로.
그렇게 정한 여행지가 여수다. 여수를 언제 가봤더라 결혼 전 아내와 갔었는데, 세월도 참 빠르지 여수 밤바다를 아들과 보게 생겼다. 솔직히 여수는 아내와 단둘이 가고 싶은 곳이다.
당일치기로 다녀올까도 생각했다. 내심 일찍 출발해서 저녁 늦게 돌아오는 꽉 채운 하루 일정으로 다녀왔으면 했다. 하지만 아들은 달리 며칠 자고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벌써부터 집을 벗어나고 싶은 모양이다. 열 밤 자고 오자는 아들과 이야기해서 1박 2일로 하룻밤 자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내는 둘째 개월 수로 케이블카와 아쿠아 플라넷 입장료가 무료라서 둘째를 데려갔으면 했다. 솔직히 둘째와 같이 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첫째는 원치 않는 눈치였다. 더는 유도하지 않았다. 사실 이번 여행은 첫째를 다독이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오롯이 첫째에게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까짓 입장료 몇 푼 아끼자고,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다.
이번 여행 테마는 이순신 장군과 흰돌고래다. 이순신 광장과 아쿠아 플라넷을 일정에 넣었다. 해 질 녘 자산 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서 일몰을 보고 돌산 공원에서 돌산 대교 야경을 보자고 했다. 아들에게 여행 코스를 설명하고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디가 기대되냐'라고 물었다. 가고 싶은 곳은 어딘지 사진을 골라보라고 했다. 아들이 '케이블카, 아쿠아리움, 야경'이라고 말했다. 속으로 '역시 돈 쓸 줄 아는구나, 아들, 비싼 곳이 좋은 곳이야.' 말했다. 아빠도 꼭 가고 싶었다고 말은 했지만 속마음은 '아빤 낭만 포차 거리 가고 싶은데...' 이랬다.
다음 주 월요일에 여수로 떠난다. 여행 가기 전 이순신 장군과 흰돌고래 관한 이야기를 해줄 참이다. 어제 유치원 하원 길에 거북선 사진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 배는 무슨 모양이야?' 아들이 용머리라고 대답했다. 아들이 눈썰미가 좋다. 사실 거북이 머리라고 말할 줄 알았다. '맞아 머리는 용머리야, 전체 모습은 어때? 되묻고 거북이 모양이라서 거북선이라고 해' 알려줬다.
이순신 장군 이야기도 덧붙였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중에 이순신 장군이 있었는데 일본이라는 나라가 우리나라에 쳐들어와서 싸움을 걸었어, 그런데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으로 일본에 맞서 싸워 지킨 거야. 그곳이 여수야' 알려줬다. 아들이 한참을 진지하게 들었다. 그냥 먹고 놀다 오면 그만이지만 여행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야 여행도 즐겁고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여수에 가면 흰돌고래도 볼 수 있다고 잔뜩 기대를 불러오게 했다. 아쿠아 플라넷에 가서 백상아리도 볼 수 있어? 묻는 아들이 실망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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