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핵심감정을 소개합니다

by hohoi파파

며칠 전 한 아이와 상담을 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생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었다. 아이는 가족 이야기를 하다 말을 주저했다. 참고로 그 학생은 첫째이며 세 명의 동생이 있다. 아이는 '동생들이 막대하는 것이 싫어요' 씩씩거리며 말했다. 동생이 함부로 대하는 게 싫구나 공감해주었지만 아이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동생이 어떻게 너를 막대하는지 말해 줄 수 있어? 되물었다. 동생들이 자기가 만든 장난감을 허락도 없이 만지고 망가트려서 싫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대응해?' 아이의 반응이 궁금해 물었다. 속으로는 때리고 싶고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엄마에게 혼날까 봐 참는다고 했다. 아이는 혼날 것을 걱정해 애써 자기감정을 눌렀다. '억울했겠구나' 그 한마디에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 고이더니 하염없이 뚝뚝 떨어졌다.


아이와 상담하면서 자꾸 첫째가 오버랩됐다. 그냥 우리 집 모습이다. 첫째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생각이고 감정이었다. 그 아이의 눈에는 슬픔, 분노, 서운함, 억울함, 혼란스러움, 짜증, 화, 우울함이 보였다. 아들 생각에 더 짠하더라. 첫째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길 생각에 아팠다.


핵심감정은 무의식에 있는 소망, 욕구 등의 좌절로 인해 형성된 특정한 감정으로, 여러 감정 중에 가장 근본적이고 중심이 되는 감정이다. 주로 어린 시절 형성되는데 부모와의 상호작용에서 사랑받느냐의 여부에 따라 생기며 평생에 걸쳐 인지, 정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조난영 저자 / 그림책과 함께하는 독서치료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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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다뤄줘야 한다. 아이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지 못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자기 연민성 발언, 즉 자기를 비하하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엄마 아빠는 동생을 더 좋아해' '난 쓸모없는 존재야' '나 빼고 다 즐거운 것 같아' 심하면 '죽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자기부정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심하면 평생 우울증을 안고 산단다. 다시 말해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는 것이다. 근거 없는 말일지라도 무의식적으로 계속하다 보면 내면화되어 자신이 말한 대로 믿게 되는 것이다(데이비드 B스테인 저자 / ADHD는 병이 아니다).


반복된 좌절 경험은 학습된 무기력을 낳는다. 더는 분노하지 않는다. '어차피 안될게 뻔하다'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으로 무기력해지는 것이다(김현수 저자 / 무기력의 비밀).


아들이 나처럼 '냉소적인 내면 아이'를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모님과의,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20대까지 '어차피 내가 노력해도 안 변하는데 뭐하러'하는 생각이 나의 감정과 행동을 지배했다. 생각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꿈틀거렸고 어른된 지금도 자유롭지 않다. 여전히 아버지 손을 잡지 못한다. 뭔지 모르게 어색하고 어렵다. 엄두를 못 내겠다. 이미 굳어져버린 것이다. 그나마 사회복지사의 일이 나름 자정 능력을 하고 있어 애써 아버지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공감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사실 깊은 내면은 그렇지 못하다.

지나친 잔소리는 아이를 눈치 보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자율성과 자립심을 떨어뜨려 의존적인 아이로 만든다. 아이가 매사에 자신이 없고, 소극적이라면 자신의 양육방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모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동생이 태어난 후 첫째 아이에게 많이 요구하고 잔소리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동생에게 모든 관심과 사랑이 가는 것만으로도 첫째 아이는 힘이 든다. 형이나 누나라고 해도 아직은 어린아이 일 뿐이다. ‘너도 동생만 할 때 충분히 사랑받았어’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오히려 사랑을 많이 받은 만큼 더욱더 소외감을 느끼소 힘들어할 수도 있다(지윤채 저자 / 틱 증상, ADHD, 발달장애 가정에서 치료하기).

요즘 부쩍 눈치 보는 아들을 볼 때마다 그동안 잔소리가 심했구나 반성한다. 책을 읽다가 '아빠는 미루기만 한다'는 문장을 보고 아차 싶었다. 돌이켜보니 첫째가 '킥보드 타자' '안아줘 책 읽자' '톡톡 블록 만들자' 요구를 하면 바로 들어주지 않았다. 반응도 즉각 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항상 어린 동생을 돌보고 있었다.


며칠 전 첫째에게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 물었다. '아빠는 맨날 지호랑만 킥보드 타서 동생이 없으면 좋겠어' 동생이 싫고 귀찮다고 했다. 첫째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다. 배신감을 느꼈으리라. 아직 첫째도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 관심이 필요한 어린아이라는 것을 간과했다.


서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로되라고 첫째에게 '네가 어렸을 때는 항상 아빠가 태워줬어' 이제 동생도 스스로 탈 줄 알게 되면 태워주지 않아' 사실 첫째에게 말하면서도 개운하지 않았다. 핑계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소외감 때문에 점점 자신 없고 소극적인 아이가 될 수 있다. 별것도 아닌 일에도 짜증을 내거나 말이 아닌 울음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자주 아프다고 하거나, 틱을 하거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빠와 아이가, 엄마와 아이가 따로따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충분하게 애정표현을 하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지윤채 저자 / 틱 증상, ADHD, 발달장애 가정에서 치료하기).

무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기로 했다. 첫째를 대할 때는 의식해서 말과 행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첫째를 가장 먼저 챙기기로 말이다. 그리고 잔소리를 멈추고 잘해주려고 마음먹었다. 잔소리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바꿔 표현하기로 했다.


며칠 전 첫째에게 방학에 되면 아빠랑 단둘이 서울로 여행 가자라고 했다. 첫째가 그 말을 듣고 어찌나 신나 하던지 아빠랑 서울에 가면 뭐할까 물어본다.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셀레고 있다. 마냥 신나 하는 첫째 모습을 보면 첫째도 아직 어린아이구나 싶다.


존재만으로 고마웠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유치원에서 건강하게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오늘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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