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의 연료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요

나만의 여행 준비되셨나요?

by hohoi파파

30살이 되던 해 나는 많이 우울했다. 솔직히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30대가 주는 압박이 컸나 보다. 20대가 끝나는 것이 마치 나의 삶이 끝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나의 30살 때는 한숨만 쉬었던 기억이 난다.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져 어디로 향할지 갈피를 못 잡는 선장처럼 말이다.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4년 후면 40대에 진입한다. 독서모임에 출석 이벤트로 "읽고 싶은 책 사주기"가 있었다. 3번 연속으로 출석을 했고 읽고 싶은 책을 골라야 했다. 우연히 페이스북에 책 리뷰 글을 봤다. [마흔이 되기 전에]라는 책이다. 제목에 끌렸다. 전장에 나가는 전사처럼 몸과 마음을 다지는 일이 필요했나 보다. 제목을 보고 그냥 읽고 싶어 졌다.


천상병(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하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내가 고등학생 때 좋아하던 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시 같다. 고등학생은 혈기왕성한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모든 것이 궁금하고 호기심에 날뛰는 시기다. 삶에 대한 사색, 죽음 그 너머를 상상하기엔 어색한 나이지만 그때는 천상병의 귀천을 좋아했다. 이 시를 읽으면 왠지 모를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굳게 닫힌 나의 마음에 똑. 똑. 똑. 노크하며 다독거려주는 것 같았다.

10대 나는 "내가 죽으면 어떨까", "죽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청소년 시기를 보냈었다. 매일매일 다시 오는 하루가 싫었다. 부모님의 다툼에서 벗어고 싶었다. 지금 돌아보면 과거의 나는 분노에 차 있었고 모든 일상이 불행하다고 여겼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지긋지긋했다. 시인은 죽음 앞에 초연하고 초월한 태도지만 나는 체념 섞인 넋두리 같은 것이었다.


이 시는 죽고 싶은 마음에 끌렸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를 읽으면 위로가 되었다. 이 시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죽어서는 안 된다고 내게 말을 건넸다. "너는 누군가에 너의 삶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계속 묻는 것 같았다. 이 내면의 목소리는 죽고 싶다는 나의 마음과 생각을 돌려났다. "어떻게 하면 나의 삶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로 바꾸었다.


"인생은 온전한 육신을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무덤으로 향하는 여정이 아니다. 연료를 소진할 때까지 질주하다가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아슬아슬하게 멈춰 선 후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어야 한다. '와, 정말 끝내주는 여행이었어!'" -마흔이 되기 전에-

인간은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자신만이 아는 삶의 목적지를 향해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귀천의 시처럼 찰나의 순간일 수 있다. 잠시 일상을 벗어나는 소풍 정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매일매일의 삶이 소중하다. 관계 맺는 모든 사람이 감사하다. 싫었던 사람마저 안을 수 있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며 살았던 것이 낭비임을 깨닫게 된다.


신은 인간에게 이것만큼은 동일하게 주셨다. 제각기 떠나야 할 여행, 삶에 필요한 연료다. 24시간의 시간과 존재하는 현재의 삶이다. 누군가는 그 연료를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에게 연료가 있다는 사실 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적어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 역시 자신만의 삶이 주어졌고 그 삶을 살아갈 연료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언제, 어떻게 떠날지 모르는 여행에 망설임 없이 떠날 수 있다.


인간의 삶의 목적지는 모든 사람이 같을 수 없다. 신은 사람에 따라 다른 목적지와 꿈, 소명을 품게 하셨다. 자신 만의 삶의 여행을 계획하고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타인의 삶을 어설프게 흉내 내거나 좇기만 한다면 타인의 뒤꽁무니만 따라가다 자신만의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끝날 것이다.

우리에게는 삶을 살아갈 충분한 연료가 있다. 연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여행이 "아름다웠다고, 끝내주었다고" 말하지 않을까. 이 책은 곧 40대를 진입하는 나를 돌아보고 점검하게 한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연료를 충분히 사용하고 있는가, 남은 여정을 나만의 여행으로 떠날 각오는 되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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