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맴 매미 우는 소리가 창 밖에서 울린다. 창가에 비친 눈부신 햇살만 봐도 덥다. 폭염은 지나갔지만 여전히 낮 최고 기온은 30도를 넘는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에 낮에 다닐 수 없다. 따갑고 숨 막히는 열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힌다. 조금만 걸어도 금세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땀냄새가 날까 낮에 다니기 두려울 정도다.
그래도 무더위가 꺾였다. 벌써 말복이 지났다. '여름 막바지 무더위 이겨내세요' '긴 여름도 끝이 보입니다' '여름 끝물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말복 인사말을 보니 '올여름 어떻게 보내나' 언제 걱정했냐는 듯이 지나가고 있었다. 곧 코스모스 피는 가을이 오겠구나.
이틀 전부터 잠잘 때 에어컨을 껐다. 아직 낮에는 에어컨 바람이 없으면 안 된다. 집이 푹푹 찐다. 하지만 아이들 재울 때는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꽤 선선하다. 며칠 전 밤새 주차한 차에 탔을 때 시원해서 놀랐었다.
세 아이가 모두 잠들면 안방이 고요해진다. 아이들 이야기 소리, 서로 다투는 소리, 우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던 집도 조용해진다. 그제야 평안해진다. 누워서 천장에 붙어 있는 야광별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결국 오늘도 아이들에게 화를 냈구나!
하루를 돌아보며 자책하고 반성한다. 최근 어떻게 하면 불쑥불쑥 올라오는 화를 다스릴지 고민이다. 감정이 곧 태도가 되는 것 같아 슬프다. 자면서 빠드득빠드득 이를 가는 첫째를 보며, 밤새 뒤척이는 둘째를 보며 다 내 잘못 같아 괜히 미안하다. 새근새근 잠든 셋째를 보며 이러려고 아이 셋을 낳은 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면 한없이 초라해진다. 마치 전쟁에서 진 패잔병 같다.
한참을 누워있으면 창밖에서 찌르르 찌르르 소리가 들린다. 귀뚜라미인지 풀벌레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앞마당 화단에서 나는 소리 같다. 찌르르 풀벌레 울음소리를 들으며 진짜 여름이 지나갔구나 생각한다. '언제 가을이 왔지' 에어컨 켜느라 꽁꽁 닫았던 창문 때문에 그동안 풀벌레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이다.
'언제 지나가나' 걱정했던 마음도 이내 편해졌다. 언제 지나가나 했던 시절도 나도 모르게 지나가기에 지날 때쯤이면 아쉽고 또 아쉬운 것이다. 어쩌면 지금 시기도 언제 지나가나 생각할 필요 없단 생각이 들었다. 세 아이도 다 때가 되면 커있을 테니 말이다. 무더위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듯 육아도 다 감내하는 것이다.
매일 밤 찌르르 우는 풀벌레 소리를 기다린다. 평정심을 되찾으니 아이들이 보이더라. 에어컨을 껐더니 가을이 온 것을 알아차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