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롭게 떠난 두 아들과의 주말 나들이

by hohoi파파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호기롭게 두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혼자 어깨가 으쓱 아내에게 둘을 데리고 나갈 테니 집에서 쉬라고 했다. 잠시라도 아내가 아들과 떨어져서 육아 스트레스를 덜 받길 바랐다. 사실 두 아들을 데리고 나가도 아내는 셋째를 봐야 한다. 다행히 장모님이 집에 계셨다. 그나마 혼자 있을 때보다 수월하리라. 서둘러서 나가는 나에게 아내는 청소해야지 무슨 말이냐고 했다. 솔직히 셋을 모두 데려가지 않은 이상 어찌 아내가 집에서 쉬리요. 쉬라고 해도 밀린 집안일 할 사람이다.

집을 나설 때까지도 어디로 가야 하지 몰라 고민했다. 회문산 계곡 갈까, 지리산 달궁 오토 캠핑장에 갈까 결정하지 못했다. 사실 지리산 계곡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두 시간 정도 걸려 가기 부담스러웠다. 노는 시간보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소식도 있었다. 고민 끝에 시원한 계곡물을 느끼게 하고 싶은 욕심을 내려놨다. 회문산은 헤맬 것 같았다. 그냥 지난번에 갔었던 완주군 소향교 다리 밑으로 갔다.

오전 10시 소향교 다리 밑에 도착했다. 날씨가 흐려 물놀이하는 사람이 없었고 오늘을 위해 소향교 전체를 빌린 기분이었다. 아들과 함께 좋은 자리에 매트를 깔고 자리를 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첫째가 '나 제 아는데.' 어떤 일행을 보고 아는 채 했다. 알고 보니 유치원 친구였다.


속으로 어찌나 반갑던지 구세주를 보는 것 같았다. 그 뒤로 첫째 아들은 친구랑 노느라 정신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첫째 아들 친구 덕분에 둘째를 오롯이 볼 수 있었다. 아들 친구를 만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물이 맑아 치어 떼가 잘 보인다. 둘째와 함께 모래 놀이 통으로 물을 떠내면서 치어를 잡았다. 첫째 아들이 친구 부모가 잡아준 물고기를 자랑하듯 가져왔다. 둘째는 첫째가 가져온 물고기를 잡으면서 놀았다. 팔딱팔딱 뛰는 물고기를 무서워하지 않고 서슴없이 잡는 둘째가 마냥 신기했다.

첫째는 누군가 설치해 놓은 해먹을 가지고 놀았다. 위태위태 조금은 볼품없지만 그럴싸했다. 해먹으로 그네 놀이를 하는 형을 지켜보는 둘째. 물놀이 한지 4시간 지난 모습이다. 와 너희들의 체력이란. 점심도 건너뛰고 삶은 계란과 과일로 배를 채운 두 아들은 그날 물놀이만 6시간 했다.

두 아들을 레스토랑에 가지고 겨우 꼬드기고 자리를 정리했다. 완주군 삼례읍에 비비정 예술 열차가 있다. 옛 만경강 철교 위에 있다. 기차를 리모델링해 레스토랑과 커피숍을 만들었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철교 다리 위에서 보는 석양, 일몰이 근사했다. 여긴 진짜 데이트 장소였다. 다음에는 아내와 단둘이 와야겠다. 저녁 식사 시간보다 조금 일찍 와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쫓겨났으리라.

두 아들과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먹고 일몰을 즐겼다. 둘째는 노릇노릇 따뜻한 빵에 수프 찍어 먹더니 맛있다며 스푸를 그릇 채 마셨다. 그보다 창가 너머에 비친 풍경이 너무 이뻤다. 사실 저녁노을까지 보고 싶었지만 나가자고 재촉하는 두 아들에 오래 앉아있을 수 없었다. 비싼 자리값 내고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나왔다.

첫째가 집에 가기 아쉬워했다. 아들에게 철교 위에 기차가 지나가면 집에 가자고 했다. 두 아들을 앉히고 보니 멋진 풍경이 만들어졌다. 석양빛에 반사되는 철교가 이뻤다. 한참을 기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오전 10시에 집에 나와서 저녁 7시 30분에 집에 들어갔다. 처음 두 아들만 데리고 나온 나들이었지만 나름 괜찮았다. 만경강에 비취는 석양빛의 아름다만으로 그날 하루 보상됐다.


집에 오자마자 잘 준비를 마치고 책을 읽어줬다. 드디어 저녁 9시 육퇴 성공했다. 그날 애씀을 김 빠진 맥주 두 잔으로 위로했다. 영혼까지 맑아지는 석양빛 사진을 바라보며.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