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주옥같은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했다. 아내는 지금 나가서 커피숍이라도 가라고 했다. 5초 준다며 카운터를 새기 시작했다. 아내는 나가려면 지금 나가라고 했다. 아내의 배려로 염치 불고하고 기꺼이 나왔다. 꾸벅 감사한 마음으로 아이를 맡겨두고 거리로 나섰다.단 1초도 소중하다. 거리로 나오자마자 눈에 보이는 커피숍으로 바로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창가 쪽에 앉았다. 햇살이 눈부신 창가였다. 바깥 테라스에 있는 화분이 환하게 비쳤다. 음악을 들으면서 한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꽃이 살랑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데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데 뭐라도 하려 했다. 브런치 글을 읽을까, 여름 방학 계획을 세울까, 글이라도 쓸까 고민했다. 그냥 멍하니 시간 보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불쑥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물었다.
잘 사는 삶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사이에서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돌이켜보니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기란 어떤 상황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쉽지 않다. 누구나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해야 할 일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고 하고 싶은 일만 열중하면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할 것이다.
삶이란 내가 주도적으로 만드는 것도 있지만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더불어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마흔 살이다. 곧 삼십 대 마지막 해가 저문다. 지금 생각해보니 지난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돌이켜보면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에 집중했다.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다고 구체적으로 말하진 못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보다 해야 하는 일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왜 치열하게 하고 싶은 일을찾아서 하지 못했는지 20대, 30대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해야 하는 일을 책임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인생을 잘 살았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니 벌써 2시간이 흘렀다. 이 글을 이대로 마무리 지어야겠다. 2시간이최대치의 염치이기에 그만 정리하고 아내에게로 돌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