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녹이는 9개월 된 셋째 딸의 애교

by hohoi파파

셋째가 태어난 지 벌써 9개월이 지났다. 아이를 키우면서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부디 건강하게만 태어나다오' 간절하게 기도했던 일은 이미 과거가 됐다. 신생아실에서 쌔근쌔근 가쁜 숨을 쉬는 아이가 어느새 목을 가누더니 방바닥을 쓸며 기어 다녔다. 위태롭지만 이제 두 팔로 버티고 선다. 부쩍 큰 딸을 보면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쉽다.


아이가 큰만큼 애교도 늘었다. 9개월 된 딸의 애교란 아빠의 심장을 녹이는 것이다. 딸도 그냥 딸이 아닌 두 오빠가 있는 셋째 딸이다. 방긋방긋 웃는 아이를 보면 하루의 고단함도 잊는다. 아이가 웃으니 따라 웃을 수밖에 없다. 웃다 보면 재충전된다. 배터리가 거의 없어도 방전되지 않는 이유다.


첫째의 의젓함과 둘째가 부르는 '아빠 힘내세요, 지호가 있잖아요.' 노래만큼이나 큰 힘을 가졌다. 참 이상하게도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가도 아이들 덕분에 힘이 난다. 아마도 부모의 숙명이 아닐지 모르겠다.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딸이 '아빠 아빠' 부른다. 발음은 뭉개져도 분명 '아빠'라고 부른다. 이제 제법 '아빠' 발음이 정확해졌다. 첫째와 둘째 옷을 벗기거나 손발 씻고 옷을 갈아입느라 딸에게 아는 체를 하지 못하면 '아' 큰소리로 부른다. 딸이 부르는 소리에 놀라 눈을 마주치면 그제야 딸이 씩 웃는다.


화장실이나 다용도실, 안방에 들어가면 시선이 나를 쫓아온다. 어딜 가도 꽁무니를 바라보며 따라 기어 온다. 저녁을 먹고 있으면 의자 밑에 와서 두 팔로 버티고 서서 '그만 먹고 나랑 놀아요' 하는 눈빛을 보낸다. 쉬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 눈빛을 하고 말이다. 긴말 필요 없다. 눈을 끔뻑거리며 씩 웃는데 기절할 정도로 귀엽다. 커서도 쭉 애교를 부렸으면 좋겠다. 하하.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 있으면 무릎으로 벌러덩 눕는다. 목을 받쳐주면 까르르 웃는다. 놀이라고 생각하는지 계속 반복해서 벌러덩 눕는다. 머리를 받쳐줄지 믿는 건가 신뢰가 생겼나. 다칠지 모르는데 거침없이 뒤로 눕는다. 요즘 셋째 딸과 이렇게 놀고 있다.

사실 셋째와 함께 있는 시간은 적다. 퇴근하면 첫째와 둘째 보기 바쁘다. 그래서 9개월 동안 그저 흘러간 것 같아 셋째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제일 이쁜 시기를 충분히 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사실 9개월 된 셋째에게 따로 애교가 있겠는가. '소이야' 부르면 방긋 웃어주고 자기를 봐달라고 '아빠'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살살 녹는다.


곧 퇴근인데 어서 빨리 집에 가야겠다. 오늘도 딸 애교로 기절해야지. 사실 요 며칠 진짜 기절해서 애들 재우다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기필코 일어나서 글을 쓰겠다(TV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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