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명을 받아 007 육아 작전을 펼치다

by hohoi파파

아내가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아들 둘을 데리고 갔다. 아내는 '오빠는 집에서 할 일이 있어, 집에 가자마자 소이 분유를 먹여줘' 부탁했다. 분유를 먹이고 한 시간 뒤 샤워를 시키고 이유식을 먹이는 임무도 있었다. 마치 007 작전에 투입되는 요원처럼 일사불란하게 소이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


아내와 두 아들이 하도 안 와서 아내에게 '어디야? 언제 와?' 카톡을 보냈다. 그로부터 몇 시간 지나도 아내는 연락이 없었다. 혹시 몰라 인스타그램을 보았다. 두 아들을 데리고 킥보드 타러 간 모양이다. 신나게 킥보드 타는 두 아들 영상을 보고 안심했다.


아내로부터 받은 임무를 책임 있게 완수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손발부터 씻고 분유를 먹였다. 일회용 젖꼭지를 사용한 탓에 숨쉬기가 어려웠는지 분유를 먹다 말고 입을 뗐다 다시 물었다 반복했다. 평소보다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분유를 다 먹었다. 배가 불렀는지 스르르 눈다. 이내 무릎 맡에서 잠들었다.


잠이 든 셋째를 매트에 눕히고 쌓인 젖병과 이유식 그릇을 씻었다. 열탕 소독을 하고 앉으니 30분이 금세 지났다. 다행히 그때까지도 셋째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휴~ 이제 좀 쉬어 볼까' 베개를 가지고 와서 자고 있는 아이 옆에 누웠다. 얼마나 곤히 자는지 숨죽이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아~~~ 좀 더 자주지


쉴 틈 없이 엉덩이 붙일 새가 없었다. 잠에서 깬 아이와 까꿍 놀이하며 놀았다. 숨었다가 갑자기 얼굴을 내밀며 까꿍. 아이를 놀라게 하면 까르르 웃었다. 안방 문 뒤에 숨으면 아이가 문틈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밀어 찾는다. 아이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사실 속으로 아내는 언제 오나 애꿎은 시계만 쳐다봤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아이와 책도 보고 비행기 태우며 신나게 놀았다.


아뿔싸! 놀다 보니 이유식 먹일 시간이 한참 지났다. 서둘러 냉장고에서 이유식을 꺼냈다. 팔팔 끓는 물에 넣어 중탕하고 선풍기 바람으로 식혔다. 색깔만 보면 식겁한다. 비트와 소고기를 갈아 넣어서 새빨갛다. 아내는 소고기를 많이 넣었으니 소고기부터 먹이라고 했다. 먹다 말고 푸푸 바람 불며 입에 가득 문 이유식을 뱉었다. 얼굴이고 바닥이고 온통 새빨갛게 됐다. 누가 보면 사건 현장인 줄.


다행히 이유식을 싹싹 먹었다. 시계를 보내 저녁 8시가 가까웠다. 곧 아내와 아이들이 오겠군 생각했다. 저녁을 해결하고 올 테니 이제 양치만 시키고 재우면 되겠다는 생각에 들떴다. 이른 육퇴 일지로다. 집에 오면 양치하고 바로 재울 수 있도록 안방에 매트를 깔고 이부자리를 폈다. 모든 게 완벽하다.


셋째도 졸렸는지 그때부터 눈을 비비고 난리 났다. '엄마 엄마' 갑자기 엄마를 애타게 찾는다. 발음도 뭉개진다. '음마 음마' 엄마 언제 오냐는 듯 목 놓아 부른다. 기어가는 뒷모습이 힘이 빠졌다. 겨우 거실에 나가 엄마를 찾는 듯 뚤레뚤레 쳐다봤다. 무릎에 치대며 졸린 눈을 비볐다.


띠띠띠


그때 현관문 비밀번호 소리가 들렸다. 구원의 소리다. 어찌나 반갑던지 밖으로 뛰쳐나갈 뻔했다. 두 아들을 보고 싸한 느낌이 들었다. 쌩쌩해도 너무 쌩쌩했다. 서둘러 두 아들을 양치질시키고 안방에 들어왔다. 책을 읽어주고 또 읽어주고 계속 한 권만 더 읽겠다는 둘째 덕분에 여섯 권은 읽었다. 순간 짜증이 팍. 결국 오늘도 화내고 말았지만 잠든 세 아이를 보며 혼자 어깨 으쓱. 그만하면 충분했다.


육아 작전 임무 수행을 마친 아빠 요원의 하루 일기는 여기서 그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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