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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Aug 18. 2021

이제 하다 하다 타로까지 배우네

교육복지실 책상을 정리하다가 무심코 달력을 봤다. 823일, 빨간색 형광펜으로 붉게 칠해져 있었다. 날짜를 헤아려 보니 개학날이었다.


'으악! 다음 주가 개학이라고?' 방학이라고 좋아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개학이라니. 이렇게 허무하게 방학을 보낼 순 없다. 방학 때 세운 계획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쓰다 만 원고 작업을 다시 하려고 야심 차게 준비했는데 시간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


누가 '방학 때 뭐했어요?' 물어본다면 연수로 시작해서 연수로 끝났다고 말할 것이다. 자의 반 타의 반 올여름 방학은 그 어느 때보다 역량 강화를 제대로 했다. 교육청 주관으로 2주 동안 학생 파악을 위한 소시오그램, 상담자 내담자 성향 파악을 위한 MBTI, 관계 중심 사례관리 주제로 연수를 받았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타로 상담 연수를 받고 있다. 이제 하다 하다 타로까지 배울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했다. 티처빌 연수원에서 들을 연수를 찾다가 '관계를 만드는 타로 상담'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것은 마음이 영 내키지 않았다. 단지 타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연수를 신청한 것이다. 1강부터 30강까지 나름 온라인 시험도 있도 강의 중간에 퀴즈도 풀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수를 마치고 현장에서 적용하고 싶은 부분이나 연수를 통해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작성해야 이수된다. 나름 허투루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열심히 해보자! 인생은 모르는 법, 타로 가게를 오픈할 수도 있지 않은가.

교육복지사에게 여름 방학은 '잠시 멈춤'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 말처럼 잠시 멈추고 지난 일을 돌아봐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매일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쏟아야기에 꼭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마냥 쉴 수 없다. 방학이면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아무것도 안 할 것 같지만 방학이 오히려 더 바쁘다. 시도교육청에서 오는 현장 점검을 준비해야 한다. 교육복지 대상 학생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사례 관리 학생은 어떻게 개입했는지, 교내 부서와 교사와 어떻게 협력했는지, 서비스 및 프로그램 운영은 어떻게 했는지 등 전반적인 운영 과정, 성과를 파악하는 것이다.


방학 때 따로 시간을 내 재정비한다. 일지, 수첩, 다이어리에 흩어져 있는 학생 정보를 정리하고 기록한다. 모니터링을 해서 지난 개입한 사례나 서비스, 프로그램을 평가한다. 1학기 동안 놓친 부분을 찾는 것이다. 방학동안 아이들이 '안녕'한 지 전화 상담이나 가정 방문을 하면 어느새 방학도 끝나간다. 사실 말이 '잠시 멈춤'이지 일의 연장선에 있다.   


그동안 방학이 되면 의도적으로 모든 것을 멈추고 재충전다. 방학에 학교 나오라고 하면 좋아할 아이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어떠한 이유로 돌봄이 꼭 필요한 학생 말고는 굳이 방학에 일정을 잡지 않는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연수를 찾아들었다. 사실 교육복지사는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가 아니라 사회복지사 보수 교육에 의무 참여할 필요 없다. 하지만 굳이 돈을 들여 연수받는다. 배우고 싶은 연수를 찾아 받으면 즐겁다.

 

꾸준한 배움은 전문가로 가는 길이다. 새롭게 배운 것들을 현장에서 시도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독보적인 실력과 경험을 쌓게 된다. 더 나아가 자아실현의 길이요, 업적을 세우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무엇을 배운 다는 것 현장에서 겪는 한계를 돌파하는 힘이었다.

연수를 받다가 한 장의 카드를 뽑아 셀프 타로점을 봤다.

 

타로를 시작하는데 잘할 수 있을까요?


지팡이 3번 카드다. 지팡이는 열정이 있으며 변화와 성장을 통해 미래를 꿈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취하고 통찰하는 카드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능력이 있다고 했다. 세워진 두 개의 지팡이는 이미 이룬 성과라고 한다. 해낸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라고 했다.   

다음 이미지

내가 가진 능력과 지난 경험, 잠재력을 믿어보자. 솔직히 즉흥적으로 연수를 신청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타로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연수를 듣고 있다. 모처럼 가슴 뛴다. 뭔가 꿈틀꿈틀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아무래도 2학기 복지실 테마는 타로 상담이 되지 않겠나.  


그나저나 여름 방학 때 글은 쓰지 못했어도 타로 상담이라도 배워서 다행이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방학, 마음을 다잡고 2학기를 준비해야겠다. 올해 어떤 일이 벌어질진 몰라도 기대하며, 도전하며, 다시 꿈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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