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두 아들과 부안 변산해수욕장에 갔다. 모래사장 한편에는 모래 언덕이 있다. 이곳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언덕 위에서 썰매를 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그날은 썰매를 챙겨 모래 언덕에서 썰매를 탔다. 아내에게 썰매를 타고 모래언덕을 내려오는 동영상을 보냈다. 아내가 처제에게 동영상을 보냈는지 처조카가 자기도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단다.
며칠 전 처제와 처조카가 놀러 왔다. 처조카에게 '이모부랑 어디 놀러 가고 싶냐'라고 물었다. '바다' 대답은 짧았지만 누구보다 바다에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다. 모래 언덕이 있는 해수욕장을 말하는 것이다. 처조카가 단단히 벼르고 왔다. 처제의 말을 들어보니 전주에 오기 전부터 바다에 간다고 좋아했단다. 이 말을 듣고 어찌 바다에 안 갈 수 있겠는가. 출발하는 당일 아침 처조카가 제일 먼저 옷을 챙겨 입고 기다렸다.
바람 넣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출발 전 '오늘 집에 늦게 들어가자'라고 바람을 넣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쳤다. 더 신난 아이들. 어찌나 들떠 있던지 출발하기 전에 인증 사진을 찍 있는데 난리다. 사실 빠른 육퇴를 위해 저녁 먹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래 어디 한번 제대로 놀아보자.
걱정하는 아내에게 출발 인증숏 보내기어찌나 흥분했는지 가는 1시간 15분 동안 자지도 않았다. 옆에서 쫑알쫑알 재잘거리는 덕에 듣고 싶은 노래도 못 들었다. 도착할 때까지 운전만 했다. 오전 10시 30분 변산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평소 같았으면 주말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붐볐을 텐데 이상스러울 만 큰 한산하고 조용했다. 그 덕에 처음으로 해변과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차에 내려 양손에 짐을 바리바리 들고 아이들과 함께 해변으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해수욕장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모래 언덕 가까운 곳에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았다.
청명한 하늘에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었다. 여름 해수욕장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사람이 거의 없어 파도치는 소리만 들렸다. 고요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모처럼 느끼는 자유로움... 잠시 느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원래 모래 언덕에서 썰매를 타다가 모래 놀이를 하려고 했다. 아이들은 바다에 홀린 듯 뛰어 들어갔다. 결국 물놀이를 하고 말았다. 바다에 와서 물놀이를 안 하려고 했으니... 이거 참 이럴 줄 알았으면 구명조끼와 튜브를 가져왔을 걸 물놀이에 신난 아이들을 보고 후회했다.
3시간째 놀고 있다. 지치지 않는 아이들의 체력에 혀를 내둘렀다.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몇 시간은 더 있을 거 같아 불안했다. '아빠 아빠' 쉴틈을 주지 않고 썰매를 끌어달라고 난리다. 서핑을 즐기는 아이 모습 뒤에는 힘겹게 보드를 끄는 아빠의 손이 숨어있다. 일렁이는 파도에 2시간 더 놀았다.
오후 2시가 훌쩍 지났다. '애들아 언제 갈래? 이제 추워지니 그만 가자!'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른다. 물놀이하느라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모래찜질 하자고 꼬드겨서 겨우 물밖로 나왔다. 그런데 하필 모래 놀이 도구를 놓고 왔다. 포클레인 장난감으로 아이들 몸보다 큰 구덩이를 파다가 속으로 차라리 썰매를 끄는 게 나았나 싶었다. 그래도 까르르 웃는 아이들 때문에 재미있게 놀았다.
뭔지 모르게 그냥 집에 가기 아쉬웠다. 해수욕장 옆에 있는 전망대가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변산 해수욕장에는 갔어도 전망대는 가지 않았다. 시간도 때울 겸 아이들을 데리고 전망대에 올랐다. 아찔한 높이었지만 씩씩하게 걷는 두 녀석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해수욕장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작전 성공. 전주로 출발하자마자 아이들이 잠들었다. 떡실신하듯 잠든 아이들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적어도 30분은 듣고 싶은 노래를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과 차를 타고 나들이할 때 유일하게 가질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낮잠 시간대를 잘만 이용하면 드라이브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하하.
저녁 먹기 애매해서 키즈카페에 데려갔다. 그곳은 아들이 좋아하는 키즈 카페다. 그 이유는 피규어들을 낚시할 수 있는데 잡은 피규어 개수에 따라 초콜릿, 젤리, 오락할 수 있는 코인을 바꿔주기 때문이다. 젤리 먹고 싶은 욕구를 실컷 풀라고 그날은 먹게 했다.
1시간 30분을 놀고 근처 [신포우리만두]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나란히 앉아 돈가스를 먹던 아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게눈 감추듯 접시를 싹싹 비웠다. 이만하면 바로 집에 갈 만도 한데 아니었다.
신의 한 수는 집에 들어가기 전 30분 동안 운동장에서 놀기. 그날 비만 안 왔어도 더 놀 수 있었다. 운동장에서 15분 놀다고 있는데 톡톡 비가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집에 들어갔다. 그날의 여행의 목적은 빠른 육퇴이기도 했기에 하얗게 불태웠다. 속으로 이러다가 애들 재우다가 잠드는 거 아냐 불안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을 씻기고 책을 골라 안방에 들어갔다. 몇 권을 읽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평소보다 빨리 잠들었다. 저녁 9시에 성공적으로 육퇴를 했다. 오랜만에 놀러 온 처제와 장모님과의 한잔을 생각하며 하루를 달렸으니 한잔 마셔야지, 아내에게 오늘만큼은 한 잔 해야겠다고 일찍이 허락을 받았었다. 하하 그날을 추억하며 이번 주는 또 어디로 놀러 간담.
육아에 정신없는 부모님들 힘내세요. 이번 주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