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주지 않는 아이들의 성장

by hohoi파파

드디어 31개월 둘째 아들이 변기에 똥을 쌌다. 똥을 싸고 나온 둘째를 가운데 두고 온 가족이 박수를 쳐주며 칭찬 샤워를 했다. 아들도 뿌듯했는지 흥분된 목소리로 '똥 쌌어요' 기뻐했다. 새삼 둘째 아들을 보면서 언제 이렇게 컸나 싶었다. 아직도 아들의 미소가 또렷하게 기억난다.


사실 며칠 전부터 기저귀를 채우지 않았다. 앙증맞은 귀여운 티라노사우루스 공룡 팬티를 입히고 어린이집에 보냈다. 이제 둘째가 기저귀를 뗄 때가 되었는지 몇 주전부터 오줌을 가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배변 훈련을 서두르지 않았다. 때가 되면 가리겠지 생각했다. 처음에는 첫째 생각에 일찍이 개구리 모양 소변기를 사서 화장에서 두었다. 하지만 둘째에게는 아직 오줌을 가릴 시기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몇 개월 동안 소변기를 화장실에 모셔놓고만 있었다.


소변기에 물 떼가 낄 때쯤 오줌을 누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문제가 생겼다. 기저귀를 벗겼더니 똥을 싸지 않는다. 아내에게 '이러다가 변비 걸리겠어!' 기저귀 떼려다가 변비가 붙이게 생겼다며 걱정했다.


아무래도 둘째는 오줌과 똥이 마려울 때의 느낌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똥 마렵다고 변기에 앉히면 졸졸 오줌만 싸고 고추를 부여잡고 오줌 마렵다고 하면 쥐어짜듯 힘주어 방귀만 뀌어댄다. 이틀 동안 똥 못싸는 아들에게 '오줌 싸듯이 똥도 싸는 거야!' 응원했다. '변기에 똥 보내주고 와볼까' 넌지시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한 번은 둘째가 '똥 마려워'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거실에 쌀까 봐 아들을 후다닥 안아 변기에 앉혔다. 아들이 힘을 주었지만 맥없는 방귀만 뀌어댔다.


'다시 힘을 줘봐!'

'힘을 주면 나올 거야!'


아들을 응원하며 옆에 서서 기다렸다. 아들이 순간 '음음' 얼굴을 찌푸리며 힘을 주었다. 이내 표정이 밝아지더니 아들이 다 쌌다고 두 팔을 벌리며 내려달라 했다. 왠지 오줌만 싼 것 같았다. 아들을 변기에 내리면서 설마... 조심스럽게 변기 안을 들여다봤다. 변기 안에 굵은 바나나 두 개가 풍덩. 호호 오지게도 싸놨다.


아들!!!!


드디어 둘째가 기저귀와 안녕하는 순간이다. 태어난 지 31개월 만에 오줌과 똥을 가리게 됐다. 지저귀에서 자유롭게 된 둘째를 축하해줬다. 언제인지는 몰라도 아내가 둘째를 씻기는 아들 뒷모습을 보고 부쩍 컸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루하루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 같아 감사하다.


비슷한 시기 첫째에게도 경사가 있었다. 앞니 하나를 뺐다. 유치가 빠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아들이 앞니가 흔들거린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앞니를 닦아 줄 때마다 불편하다고 했었는데 그때부터 흔들렸던 모양이다. 양치질하기 싫어 엄살 핀다고 생각하고 유심히 보지 않았는데 진짜 앞니가 흔들리고 있을 줄이야.


'벌써 치아가 빠진다고?'


처음에는 적잖게 당혹스러웠다. 6살 남자치고 이른 감이 있다. 이런 것은 천천히 해도 나쁘지 않은데 빨리 나온 영구치가 썩을까 봐 걱정했다.


아들에게 장난스럽게 '아빠는 모든 치아를 집에서 뺐어' '실로 뺀 치아를 지붕에 던지면서 노래를 불렀지' '까치야! 헌이 줄게, 새 이 다오!' 그럼 이쁜 새 이가 났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아들은 '정말?' 신기하듯 쳐다봤다. 옆에서 듣던 아내는 언제 적 이야기냐며 웃었다. '그래! 요즘에는 아파트에 살아서 던지지도 못하겠다.' 아들에게 치아가 빠지면 '고산 할아버지 집에 가서 던져보자!' 아들의 흔들리는 치아를 반겼다.


어느 날 아내가 아들을 데리고 치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이 당장 안 뽑아도 되겠다며 첫 이부터 치과에서 빼면 치과에 대한 공포심이 생기고 다음 치아를 뺄 때 거부감이 있을지 모른다고 했단다. 지켜보다가 뺄 수 있으면 집에서 빼라고 상태만 확인하고 집으로 왔다. 아내의 말을 듣고 '아직 뺄 때가 아닌가 보다' 생각했다.


병원 다녀온 그날, 퇴근 후 씻고 나오니 일이 벌어져있었다. 아내가 그냥 툭 치아를 건드렸는데 그냥 빠졌다고 아들이 신난 표정으로 빠진 치아를 보여주며 화장실에서 나오는 나를 반겼다. 아내도 나도 너무 쉽게 빠진 치아에 적잖게 당황했다. 무섭게 아내는 옆에 있는 앞니도 곧 빠질 것 같다고 했다.


첫 이를 뺀 며칠 후, 다른 앞니도 뺐다. 이미 잇몸을 뚫고 영구치가 나와있었다. 유치에서 영구치를 가지게 된 아들에게 뭔지 모르게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6살이고 동생이 두 명이나 있는 첫째가 곧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생각하니 징그러웠다. 그날이 오면 반가우면서도 품 안에서 떠나보내기 아쉬울 것 같다.

언제 이렇게 큰 거니?

'정말... 아빠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


아이의 성장은 부모를 기다려주지 않기에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매일이 그저 지나가지 않도록 글을 쓰면서 다짐해본다. 매일 오늘을 행복하게 지내기로. 건강하게 자라준 것 같아 고맙다. 오늘 하루가 지나기 전에 한 번 더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따뜻한 반응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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