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미크론 확산으로 학교가 난리다. 지금은 처음 코로나19 감염증이 발생하고 확산됐을 때와 또 다른 분위기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걸리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인근 학교가 모두 등교 정지였을 때도 우리 학교만 감염자가 없어 최후의 보루로 남았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럴 바엔 그냥 다 걸리는 것이 낫겠다"라는 분위기다. 이미 학교는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개학하고 난 다음 주에 코로나19에 걸렸다. 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일상이 멈췄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감염으로 멘붕이 왔다. 코로나 증상으로 아픈 것은 둘째치고 7일 동안의 나갈 수 없어 불편하고 답답했다. 무엇보다 필요한 물건을 바로바로 살 수 없어 당황했다.
아이들이 고열일 때 체온계와 상비약(해열제)이 없으면 발만 동동 구르겠구나 싶었다. 만약 교육복지 대상 학생들이 자가격리가 되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실제로 자가격리를 해보니 코로나에 걸린 심정을 알겠더라. 자가 격리하는 동안 직업병이 스멀스멀 올랐다. 7일 동안 틈틈이 자가격리 키트 구성품을 적었다.
자가 격리가 해제되고 첫 출근하는 날 교육복지 대상 가정의 손발이 되었다. KF94 마스크와 손소독제, 자가 키트, 계란, 콘푸라이트, 햇반, 비비고 죽(전복죽, 야채죽, 버섯죽), 목우촌 국(미역국, 쇠고기 뭇국), 김자반, 참치 통조림, 스팸을 준비했다. 체온계와 해열제는 희망 여부 확인 후 지원하기로 했다. 담임 선생님에게 부탁해 가정 학습할 자료와 테블리 PC를 함께 전달했다.
우체국 소포 박스로 포장했다. 눈대중만으로 5호 사이즈가 맞겠다 싶었다. 하지만 막상 포장해 보니 상당히 컸다. 5 가정 지원 후 4호 사이즈를 구입해 포장했다. 한 박스 가득, 딱 떨어졌다. 받는 입장에도 공간이 남는 것보단 한 박스 가득 담긴 것이 좋다. 학부모님에게 구성품 현황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빠른 쾌유를 빕니다.
생각해 보면 자가격리 때 주변 도움이 가장 큰 위로다. 몸은 괜찮냐며 걱정해 주는 말, 문고리에 걸어 놓은 아이들의 간식. 무엇보다 매일 찾아와 반찬과 과일을 가져다주신 부모님의 돌봄이 위로였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버선발로 달려오시는 부모님의 따뜻한 손길 때문에 아픈 줄 몰랐다.
솔직히 우체국 소포에 든 물건이 얼마나 위로될까. 어떤 물건보다 따뜻한 관심과 세심한 돌봄이 더 큰 위로일 것이다. 교육복지 대상 가정들이 조금은 버겁고 힘든 상황일지라도 혼자라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는 당분간 자가격리 키트 전달하는 일로 바쁠 것 같다.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코로나19가 확산돼도 사회 안전망, 다른 사람을 돌보는 공동체가 있는 한 그들의 관계망이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라. 힘든 때일수록 따뜻한 관심과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없는지 주위를 돌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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