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커피 타임

잠자냥의 5분 소설

by 잠자냥

정만호 씨가 ‘행복한 커피 타임’이라는 카페를 차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삼 년이 조금 넘었다.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낀 그는 어느 순간 자신만의 가게를 꿈꿨고 그런 중 작은 카페는 그가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이었다. 오전 열 시쯤 가게 문을 열고 오후 열 시쯤 가게 문을 닫는다. 인간관계에 지친 그는 따로 점원을 둘 생각이 없었고 그 혼자 가게를 꾸려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커피를 좋아하던 그였기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일은 무척 흥미로웠고 그런 만큼 쉬웠다.


자격증을 따고, 카페를 열기에 좋은 동네를 물색하고 그간 모은 돈에 얼마의 대출을 받고, 가게를 계약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정만호 씨의 카페는 그렇게 문을 열었고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과 괜찮은 커피 맛으로 손님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하루 열두 시간 근무가 피곤하기는 했지만 그는 자유롭다 느꼈기에 고된 줄을 몰랐다. 정만호 씨에게 말을 걸어오는 단골손님들도 생겼고 그들과 소소한 대화나 인사를 나누는 일도 즐거웠다. 그것은 회사 생활의 찌든 인간관계와는 달랐다. 카페에 오는 이들은 날이 서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만호 씨는 모든 일이 순조롭다고 느꼈다.


그러나 무언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예상 밖의 일이었다. 카페를 연 지 넉 달이 지났을 즈음부터 아내와의 싸움이 잦아진 것이다. 정만호 씨가 아침에 카페를 가기 위해 준비를 하며 거울 앞에 서 있으면 아내는 어느 순간 등 뒤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옷에 신경 써?”

아내가 입을 삐죽거리며 그를 흘겨보았다.


그 첫날은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아내는 그다음 날부터 매일 같이 그의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 등을 체크하며 못마땅해했다. 온다는 말도 없이 갑자기 카페에 들르기도 했다. 정만호 씨가 카페에서 손님과-하필이면 그것도 젊은 여자 손님과- 인사나 가벼운 대화라도 나누고 있을 때 아내가 불쑥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정만호 씨가 일을 마친 후 집에서 싸우는 일이 반복되었다. 마치 식사 후의 양치질처럼 아내의 잔소리와 비난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개월 후 정만호 씨의 아내 이연두 씨 역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둘은 카페를 번갈아 운영했다. 오전부터 오후 세 시까지는 이연두 씨가, 오후 세 시부터 밤 열 시까지는 정만호 씨가 카페를 지켰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이 카페를 지켜야 하는 시간 외에도 하릴없이 카페에 있는 일이 잦았다.


이연두 씨가 카페를 지키는 시간에 정만호 씨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일도 많았다. 이연두 씨가 마침 남자 손님과 인사라도 나누거나 이야기라도 하고 있으면 정만호 씨는 그날 밤 아내를 향해 거친 욕을 퍼부었다. 심지어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카페에서 말다툼을 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손님이 오기 전까지는 서로 입씨름을 하다 가게 문이 열리는 순간 어색하고도 꾸민 미소를 얼굴에 지으며 “어서 오세요.”라고 말하는 순간도 잦아졌다. 급기야 카페는 전에 없던 ‘임시휴일’ 팻말을 다는 일도 종종 생겼다.


그들은 이제 손님을 향해 친절하게 웃을 수 없었다.


정만호 씨에게 카페는 회사보다 더한 지옥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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