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냥의 5분 소설
박 사장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은 늦은 오후였다. 모르는 번호였다. 그렇지만 사장이기에 그런 번호들조차 무시할 수 없었다. “여보세요?” 수화기 건너편 목소리는 여자였다. 젊은 여성은 아닌데, 누굴까? 알고 보니 그다지 달갑지 않은 전화였다. 몇 년 전 개인적 이유라며 회사를 그만둔 어느 여직원이었다. 벌써 5년 전이니 대충 그녀도 마흔을 훌쩍 넘었을 나이였다.
사정인즉 그녀는 또, 회사를 그만둘 때와 마찬가지로 개인적 사정으로, 그러니까 아주 어려운 형편 때문에 다시 입사를 할 수 있느냐는 그런 전화였다. 그 사이 그녀는 이혼에, 홀로 맡아 키워야 할 아이에, 치매에 걸린 노모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든 모양이었다.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박 사장은 고심 끝에 그녀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회사에 다시 출근을 허락했다. 출근한 그녀는 몇 년 사이 몸도 크게 불었고, 흰머리가 희끗희끗 길에서 우연히 만났더라면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싹싹하게 일 잘하던 커리어 우먼이 더는 아니었다. 그저 늙고 못생긴 중년 여인일 뿐이었다.
게다가 한 일주일쯤 지켜보니 이상했다. 예전의 젊은 그녀는 일을 참 잘했는데, 마흔을 넘긴 그녀는 늘 졸기만 하고 퇴근 시간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듯이 보였다. 밥때만 기다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박 사장은 그녀의 어려운 형편을 생각해서 이해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고 그녀는 ‘다시’ 첫 월급을 받았다. 그리고 회사 인사 담당자에게 퇴사 통고도 동시에 받았다. “회사가 어려워 직원을 더 늘릴 수 없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는 소리였다. 그녀는 쓰레기통을 깨끗이 비우고 터덜터덜 회사를 나왔다. 그날 박 사장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몇 주일 뒤. 박 사장의 회사는 새로운 직원 둘을 더 뽑았다. 피부가 탱탱하고 꺄르르 꺄르르 웃는 20대 여성 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