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잠자냥의 5분 소설

by 잠자냥

"있잖아, 난 요즘 인생이 딱 이렇다는 생각이 들어. 어릴 때 유치원에서 소풍을 간 적이 있어. 뭐 거창한 소풍도 아니야. 유치원 근처 우리 동네에 있던 ‘밤나무골’이라는… 밤나무가 많던 숲으로 그냥 하루 야외 학습을 간 거야. 그래도 소풍은 소풍이지. 어린 마음에 소풍이라는 말은 항상 설레잖아? 소풍이니까 집에서는 당연히 김밥을 싸 주리라 생각했어…. 드디어 소풍날이야. 점심시간이 되었지. 애들은 다 모여 신이 나 자기 도시락을 열었어. 당연히 다들 김밥이었지. 나도 들떠서 열었을 거야. 그런데 내 도시락엔 그냥 맨밥과 총각무김치가 담겨 있을 뿐이었어. 어린 마음에도 당황스러웠지. 이게 뭐지? 그런 심정. 왠지 창피하기도 했어. 가난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 같아 싫었지. 엄마가 미웠을 거야. 우습게도 그때 그 장면을 찍은 사진 한 장이 아직까지 남아 있더라. 유치원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남기고 싶었겠지. 사진 속에서도 내 도시락은 총각무와 밥뿐이었어. 그 사진 속에서 난 다른 애 도시락을 힐끗 쳐다보고 있더라?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저 총각무만 덜렁 들어 있던 도시락. 그 도시락 같아… 내 인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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