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냥의 5분 소설
-그
아내가 방문을 세게 닫고 들어온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뭔가 부끄러운 일, 수치스러운 비밀을 들킨 것 같아 견딜 수 없이 화가 났기 때문입니다. ‘거울’을 본다는 행위를 누군가에게 들켜버린 것만큼 창피한 일이 또 있겠습니까? 심지어 나는 그런 사람이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엔 줄곧 내 얼굴, 내 모습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즘 내 관심은 그저 얼굴, 아니 얼굴을 포함한 머리카락이나 목 언저리의 주름 같은 그런 것들입니다.
얼마 전 회사에 새로운 직원들이 입사했습니다. 그들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한 파릇파릇한 청춘들이었습니다. 나는 원래 사내 사람들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던 터라, 새로운 직원들에게도, 아, 새 직원이 왔구나, 젊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는 그들의 존재를 곧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점심을 먹는데, 한 직원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장님이 93학번인가요?”
나는 흠칫 놀랐습니다.
“새로운 직원들이 글쎄 93년생이라네요. 하하.”
그 말을 듣고서야 새삼, 그들이 얼마나 어린지, 아니, 내가 얼마나 늙어버렸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도 곧 사라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 나는 뭘 잘못 먹었는지 배탈이 나서 회사 화장실 구석 칸에서 좀 오래 앉아있었습니다. 그때 밖에서 이런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눈빛들이 다 흐리멍덩해요.”
“어떻게 이런 회사에 그렇게 오래 있을 수가 있죠?”
“나더러 그렇게 늙으라면 그냥 난 죽어버릴 거예요. 하하하.”
그들이 나간 뒤에야 나는 살그머니 화장실에서 나왔습니다.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다가 바라본 내 얼굴은 말할 수 없이 끔찍해 보였습니다. 네, 그때부터 나는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내 얼굴을, 내 모습을 비춰보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