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냥의 5분 소설
요즘 폴이 사는 동네에도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자고 일어나면 카페 하나가 문을 열었고 그에 따라 카페 하나가 또 금세 사라져 갔다.
그렇게 어느덧 폴의 집 주변에 열 개 이상의 카페가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폴에게는 그마저도 부족했다.
“카페가 365개 있었으면 좋겠어.”
어느 날 폴이 그의 친구에게 말했다.
“그건 왜?”
“365일 매일 다른 카페를 가는 거지. 그렇게 되면 1월 1일에 찾았던 카페는 다음 해 1월 1일에나 가게 되거든.”
“왜 꼭 그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나는 카페에서 철저하게 익명으로 남을 수 있거든.”
“어차피 지금 카페에서도 넌 익명 아니야?”
“아니. 절대로 그렇지 않아. 내가 사는 동네에만 카페가 열 개 넘게 있어. 그런데 매일 카페를 가다 보면 정말 커피 맛이 형편없는 곳을 제외하고 일곱 개 정도를 돌게 돼. 그러다 보면 집 주변 카페가 그렇듯 금세 손님에 대한 정보를 카페 주인들은 알게 된다고.”
“굳이 말을 안 섞으면 되지 않아?”
“당연히 난 말을 안 섞지. 그런데도 정보가 어디선가 줄줄 샌다고. 카페 주인 중에는 말을 걸어서 단골을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유형도 있거든. 그런 유형은 손님에게 꼭 뭔가를 물어보더라고. 커피 맛이 아주 훌륭한 카페가 있어. 그래서 그 카페는 몇 번 갔거든. 그랬더니 주인이 알은체를 하더라고. 다시는 가지 말아야겠다 싶었어.”
“그래서?”
“하지만 그 커피 맛이 너무 그리워서 몇 달 만에 다시 찾아갔어. 그랬더니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느냐, 오는 길을 잃어버린 줄 알았다.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다시 또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렇게 묻지 않는 카페가 더 많지 않나?”
“그렇지. 그래도 내가 카페를 찾는 시간이나 함께 가는 사람이나 카페에서 하는 일, 혹은 카페에서 잘 주문하는 메뉴 이런 것들로도 나를 판단한다고. 내가 그러길 원치 않아도.”
“흠. 너한텐 일회용 카페가 필요한 셈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