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맛

잠자냥의 5분 소설

by 잠자냥

“왜 죽였습니까? 왜? 아무리 욕을 했다 하더라도 그게 말이 됩니까? 나이도 지긋하신 분이 그 나이 먹도록 감정 조절 하나 못해요? 아니 그래, 화가 난다고 사람을 그렇게 죽입니까? 어르신보다 앞으로 살날이 창창한 사람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화재가 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뻘건 불길에 타오르고 있는 것은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었으리라 추정되는 그 어떤 것.... 불길은 쉽게 잡혔으나 그는 죽었다. 동료 경비원 최봉규 씨가 시너를 끼얹고 불을 붙였기에 구조 신고를 받고 소방대가 출동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것도 한참.


최봉규 씨는 입을 꾹 다물었다. 동료 경비원 마흔 살 이형국 씨를 그 무더운 여름날 시너를 끼얹어 황천길로 보내버린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그러나 그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다른 동료들 말로는 이형국 씨가 최봉규 씨를 헐뜯고 다녔고 그에 격분한 나머지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최봉규 씨는 그렇다, 아니다, 긍정도 부정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았다.


달이 높게 뜬 밤이다. 최봉규 씨는 독방에 앉아 중얼거린다.


“뜨. 뜨.. 뜨거운 맛을 이, 이. 이제는 봐..봐..봤지. 내.. 내. 내가... 얼..얼마나 뜨거운지 가..가르쳐.. 주.주준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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