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대장

잠자냥의 5분 소설

by 잠자냥

“어이구. 어이구. 나 죽네”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로 보이는 남자가 거리에 쓰러져있다. 남자는 겉으로 보기엔 다친 곳도 없고 멀쩡하다. 그러나 그는 몹시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가끔, 그러니까 삼십 분에 한 번쯤 사람이 지나갈까 말까 하는 인적 드문 주택가였다. 그럼에도 남자는 앓는 소리를 멈추지 않았고, 일어나서 제 갈 길을 갈 줄도 몰랐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드디어 한 사람이 지나간다.

“어디 아프세요? 부축이라도 해 드릴까요?”

그냥 지나칠 법도 하련만 행인은 그래도 퍽 친절한 편이다. 쓰러진 남자보다도 20년은 젊을 듯한 그런 사내였다.

“어이구. 어이구. 내가 지금 왼쪽 다리가 너무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소.”

“댁이 어디세요. 모셔다 드릴게요.”

행인은 참으로 친절하다. 노인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려 한다.

그러나 노인은 일어나다 말고 털썩 주저앉는다.

“왜요? 일어서기도 힘드세요?”

“가면 뭐해. 집에 가면 누구 하나 반겨주는 사람도 없고 나 혼자뿐이야.”

노인은 주저앉아 사람 잘 만났다는 듯이 신세 한탄을 시작했다.

“내가 말이지 평생 혼자 살다시피 했거든. 그래서 이젠 아주 그 골방이 끔찍해. 그 골방만 가면 몸이 쑤시는 것 같아. 내가 올해 몇 살로 보이우? 담배 한 대 있소?”

사내는 어쩐지 잘못 걸렸다 싶은 얼굴이다. 이제까지의 친절한 미소가 어느덧 사라졌다.

“담배를 안 피워서 제가…. 괜찮으시다면 저는 이만….”

노인을 부축했던 손을 슬며시 놓는다.

“가쇼? 가시우. 가시구려.”

노인은 쉽게 체념한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라는 듯이.

사내는 제 갈 길을 가고 뒤에 남은 노인은 다시 골목에 드러눕는다.

“어이구. 어이구. 나 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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