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포도가 어떤 맛인지 모른다.
씹지 아니하고 삼키기 때문이다."
미술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던 길, 문득 메모장에 썼던 글이다.
대략 10년 전이다.
많지도 않은 나이, 어떤 생각들이 저런 글을 쓰게 만들었을까.
정말 포도를 먹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씹는 순간, 신 맛이 느껴질 것을 알기에 씹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꽤나 지난 지금.
나는 포도를 한 움큼 손에 쥐고서 한 입에 털어놓고는 한 알, 한 알 곱씹었다.
좋아하지도 않던 신 맛을 그렇게 먹었으니 배탈이 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