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그녀가 놓친 그녀

by Letter B



- 프롤로그


그냥 좀 거슬렸다.

왜지? 왜 뜬금없이 저 화면 너머의 그녀는 나에게 집착하고 있는걸까? 왜 다른이들의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것일까. 처음엔 그들의 문제라고 여겼다. 그녀의 모든 행동에 가해지는 너무 많은 박해와 너무 많은 편견이라 여겼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행동이 읽히기 시작했을 때 나를 향한 모든 증오가 그녀를 향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그녀도 알고 있는 사실.


화면 속 그녀는 여전히 천연덕스럽게 그녀를 흉내내는 다른이들을 비난하고 있었다.


Q : 그녀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A :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 나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는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죠. 그렇게 의심을 통해 그녀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Q : 그녀를 만난 적이 있나요

A : 그녀의 존재를 만난 적은 없습니다.

Q : 증오라고 표현하셨나요?

A :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녀가 가진 힘을 두려워한 사람들은 그녀를 대신해 벌을 내릴 누군가를 찾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대신할 사람들을 찾았고, 그렇게 지목된 이는 지목된 줄도 모르고 모든 이들의 비난을 감수해야했다.

그녀의 비난도 함께 감수해야했다.


사람들은 그럼에도 그 모든 증오를 감추려했고, 그 행태는 비이성적으로 드러났다. 모든 이들은 그녀를 대신할 이를 찾았고, 그녀는 그들의 말을 따라 대신한 사람을 찾았다. 그들이 이유없이 신성히 여기는 존재.


그들은 현실의 벽을 두려워했고 이내 상상의 세계를 구축해냈다. 그들이 이기지 못한 현실 속에 존재하는 이들을 향해 그들은 '꿈'이라고 칭하며 존재에 대한 모든 것을 파괴하려 들었다. 그녀를 알고도 미워하지 않은 존재와 존재의 가족은 단지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움직이는 만큼의 댓가를 치뤄야했다. 어깨가 틀어지고 입이 틀어지고, 간혹 정신을 잃었다. 사랑이라고 했다. 그와 그녀가 이루어갈 목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Q : '힘'이라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A : 달리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흔히 한 사회에 귀속되게 되면 조직이 갖고 있는 '파워'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녀의 이름이 그러하였습니다. 온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았으니까요. 그녀의 존재를 인지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그러니까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부터 그녀가 행동하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타인에서 관람객이 된거죠. 제가 인지하기 시작했을 땐 모든 사람들이 그녀와 비슷한 모습으로 저를 향해 냉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 행동에는 나이가 존재하지 않았죠.


Q : '지목'이라는 건 단지 타인의 시선이였던가요

A : 그렇게 표현하고 싶군요. 아주 쉬운 말로 표현하면 '은따'라고 하잖아요. 이게 사회로 넘어와 심해질 경우 '조현병'이라고 표현을 하죠. 단언하건대 조현병은 아니었어요. 다만 모두가 같은 모습과 같은 행위를 할 때,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로인해 타인과 섞일 수 없는 상태를 두고 은어로 그렇게 표현하는 방식에 의거하고 싶군요. 따돌림의 또 다른 표현은 지목이기도 하니까요.


Q : 그녀가 지목했던가요.

A :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앞서 표현했듯이 '그렇게 느꼈다'라고 설명하고 싶군요. 궁극적으로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이니까요.


Q : '감추다와 대신할 이'는 좀 생소한 표현이군요.

A : 저는 그녀의 모습을 한 사람들이 왜 저를 향해 냉소를 보이는지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녀를 찾아보고는 '그들이 그녀의 모습을 따라한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그들은 하나 같이 무언가에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분노라는 것이 반드시 '소리를 내질러야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차가운 표정과 말투, 간혹은 휙 던지는 제스쳐 만으로도 전해지기도 하니까요.


Q : '행동이 읽힌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A : 마치 학창 시절 친한 친구들끼리만 쓰는 함축어, 혹은 연인간에만 사용하는 비밀 언어들을 표현하는데요. 당시 저에게는 무척 생소했습니다. 그러한 행동과 언어들을 이해한 것은 그녀를 따라하는 그들 덕분이었는데, 그 언어의 화살은 공교롭게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제가 아닌 그녀를 향하고 있었거든요. 아이러니하지만 '대신할 이'라고 여겨진 것도 그때 즈음부터 였어요.


Q : 상당한 물리적 타격이 있다고 여겨짐에도, 미워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A : 앞서 설명했듯이 이 모든 인과 관계를 전혀 이해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하였습니다. 이유를 모르는 증상으로 함부로 타인을 미워하지는 않으니까요.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어떤 것에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무엇으로부터 이 일이 발생하였는지 추측하였을 뿐이고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되었다라고 다시 표현하고 싶네요.

무슨 말인지 이해했을즈음, 사람들의 증오는 극에 달했고 그녀의 모든 움직임은 의미없는 것들로 흩어졌다.

대신할 이가 자신을 인지한 것을 안 뒤로는 더욱 그랬다.

대신할 이가 앞으로 나아갈 수록 더욱 그랬다.


그녀는 더욱 나에게 집착했다. 사람들이 강요하면 할수록 더욱 그랬다.그녀는 파괴했고 그것에는 반드시 그들을 향한 보상이 따랐다. 그들의 환호는 그녀를 춤추게 했다.

화가나는 것은 아마도 그 즈음부터였을 것이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고, 더욱 집착했다. 사람들의 말에 휩쓸려 모든 것을 파괴하는 그녀가 더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세상은 돌연 그녀에게 관대한 듯 그녀를 따랐다.

그녀는 그들이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만들 수 있는 존재.


Q : 그녀가 본인에게 집착한다고 여겼나요

A : 한 가지 명확하게 하자면 불특정 다수라는 표현을 하고 싶군요. 제가 인지하기 전에도 이미 그녀는 자신을 3인칭으로 표현하고 있었으니까요. 아마도 그녀 주변에서 그렇게 인지되는 사람이 꽤 여러 명으로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중에 저는 그녀가 지목한 이들과는 좀 다른 사람으로 여겨지는군요.


Q : 그러한 정황상 증거라도 있나요

A : 집착이란 것이 굉장히 추상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단어에 형질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잖아요. 인지하는 무렵부터 그녀가 제가 쓰는 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간혹 동경하는 이의 말투나 옷차림을 따라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인데, 사실 제가 그런 일을 이미 겪은 바 있어 그러한 경우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거든요. 앞서 설명했듯이 그러한 행위에 무척 둔감한 편인데, 그러한 현상이 여러 번 번복되어 상대가 불편함을 드러냈음에도 지속되면 저는 그것을 집착이라고 여김니다. 그리고 제 판단으로는 여러 번 번복되었다고 여겨지고요. 물론 저도 그 부분이 아직도 의문입니다.


Q : 만들 수 있는 존재라고요

A : 그렇게 느껴졌어요. 그녀의 모습을 한 이들을 저는 잘 알지 못하거든요. 오다가다 몇 번 스친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 그들의 분노가 가르치는 방향, 그리고 그녀가 추적하기 시작한 존재를 인지하는 것에서 오는 미묘한 관계라고 표현하고 싶군요. 그리고 제가 그것을 인지하자마자 그녀에 대한 분노는 짜여진 각본처럼 칭찬 세례로 바뀌었거든요. 그들은 그녀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녀를 따라한 시간들에 대한 보상.


그녀는 그러한 역할극에 예릿한 목적이 있는 듯, 존재하지 않는 듯 숨죽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모든 실수가 으례 계획된 듯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그녀를 마주할 수록 토악질이 났다. 애써 피어나는 연민 한 톨도 이내 사그라져 애쓴 마음을 살피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그녀는 그렇게 모든 이의 말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재물이 되어가는 듯 했다. 모든 말 속에 휘말려 자신을 잃어버리고는 그녀가 겪은 모든 일들에 대해 이해를 바라는 그녀를 마주하는 것은 지속적인 헛웃음을 유발했다.


실로 언젠가부터 화가나는 시간보다 웃음이 나는 시간이 많았다. 감정이 없는 웃음이었다.


Q : 보상이 이루어졌나요

A : 어느 정도는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Q : 당시의 기분이 궁금하군요

A : 뭐 그런 말이 있죠. '좇같다' 웃음

이해를 강요하는 그들에게 맞춰주는 그녀를 바라보며 이러한 글을 쓰는 나를 바라볼, '그들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그녀에게 나는 더이상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녀가 실수해버린 모든 것을 보란듯이 넘기는 나를 보며 그녀는 무엇을 떠올렸을까.

그러나 그녀가 왜 그렇게 허무한 것들에 매달리고 있는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기에 그녀가 가진 많은 것들이 지푸라기처럼 다가오는 나의 감정을 그녀가 알 리는 없을 테지.

의미없는 말들에 휩쓸리며 의미없는 폭력을 재생하는 그녀를 보며 더이상 어떤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녀를 이용하는 이들은 그녀의 곁에서 달콤한 말을 쏟아낸다.


그녀를 향해 분노하던 이들은 또 다른 유흥거리를 찾아 헤메인다. 툭 하고 튀어나와 전에 없던 완벽한 모습으로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중얼거린다. 이제 그들은 그녀를 질타하는 이들을 위해 싸웠다.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타박은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누구보다 그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나일테니까.

더이상 감정을 쏟는 것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녀를 닮은 무수한 그림자는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에워싼다. 이제 나는 미디어 속 그녀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환하게 빛나는 그녀를 그대로 마주하기로 한다.


Q : 그녀는 만족하는 듯 보였나요.

A :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싶군요


Q : 가장 잘 이해한다고 표현하셨습니다

A : 그들이 만들어준 결과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Q : 그럼에도 그녀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나요

A : 다른 위치란 한계가 있으니까요.


Q : 그녀를 이해하나요

A : '저라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 에필로그

어렴풋이 던져지는 조각들은 관심이 없었다.

실체조차 마주할 수 없는 그녀의 편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이 구슬프다.

아니 기괴하다.


문장에 어줍짢은 연민이 거슬린다.

그녀의 재능이 아깝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더이상 그렇지 않다고 여겨질즈음, 감정을 쏟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그녀를 마주할 순간,


나는 무슨 얼굴을 해야할지 떠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