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들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전쟁이 곧 종식될 것이라고 한다. 아니, 했다. 했던가.
아무도 언급하진 않았지만, 모두가 패전을 알리는 표식을 곳곳에 남긴 것이다.
그리고 으례 모두가 그러듯 그렇게 종식이 오는 것을 믿었는지도 모른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움직임에도 비슷한 '염원'하나쯤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움직임에는 패턴이 없다.
아니, 있었던가.
딱히 어느 순간부터 궁금하지도 않았다.
궁금하지 않은 존재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듯 했다.
원래의 모습. 그런게 있었던가.
'본디', '본래의'라는 어휘가 많아질수록 본래의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도대체 왜 이어지는지도 알 수 없지만
참여자인지조차 알 수 없는 시점에 종식이라는 소식도 '시작'을 알리는 총성처럼 다가온다.
'탕'
죽었나. 아, 이런 표현은 안되던가.
아니, 전쟁은 끝났으니 이런 표현쯤은 괜찮지 않을까.
거실 한 구석에 놓여있는 새로 산 화분이 보인다.
구매한 지 3일도 채 안되었는데, 무심코 닦아낸 이파리에는 먼지가 뽀얗게 묻어난다.
언뜻 환하게 웃으며 서명을 받아가던 기사 아저씨가 떠오른다.
아, 사진. 사진을 꼭 찍으셔야한다고 했다.
'탕'
비루하다.
비루하다고 여길수록, 맑아지는 정신을 더듬을수록 속이 뒤틀렸다.
오랜만에 만난 것이 내 것 같지가 않아 다시금 외면한다.
글을 쓰는 것이 비루하다.
갈고 닦은 글들은 어쩐지 비루해져버렸다.
새로 쓰는 글들은 어쩐지 총알을 닮았다.
소식을 들었다.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그리고 나는 이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