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roring

by Letter B






거울 앞에 한 여인이 서 있다.

거울을 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그 흔한 수심조차 없다.

아침 시간을 제외하면 거울 앞에서 그녀가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거울 속의 그녀는 언제나 단정하다.


사람들은 거울 속의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

거울 속의 그녀를 마주하는 일은 어딘가 불편하고, 익숙지 않은 옷을 입는 것처럼 경쾌하지 못하다.

그녀가 내뱉던 포근한 언어가 누구의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 따끔거리는 질책은 확실하다.


왜일까.


모든 거울 속에 살아있는 그녀는 우리를 비추지 않는다.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나는 몇 번인가 거울 속에서 그녀의 흔적을 찾았지만, 결국 발견하지 못했다.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발견하지 않은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어쩌면, 발견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발견하고 싶지 않다.


나는 달리고 있었다. 그곳이 어디였는지 목적지조차 잊어버린지 오래다.

그녀의 희미한 얼굴이 영영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달리고 달린다.

멈춰버린 이야기가 살아 숨 쉴 때까지, 공중으로 분해된 기억의 조각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아낸다.


거울 속의 그녀는 어떤 표정이었을까.


나는 끊임없이 관찰했다. 분해된 기억들 중 색이 바라지 않은 몇 가지를 고른다.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끝내 돌아보지 못한 것인지 버려진 것들에 대해,

그 절박하던 순간들에 대해 달려온 만큼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가.

나는 사라진 것들에 연연하지 않기 위해 남겨진 불안을 그냥 두었다.

몇 번이나 지나치도록 그렇게 두었다.


거울 앞에 선 모습이 낯설지 않을 때까지 두었다.


수없이 일어나는 무수한 우연 속에 고의적인 충돌이야 말로 예상치 못한 희곡은 아니었을까.

저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반복되는 이야기의 갈래는 방향을 알려주지 않는다.

용서의 몫은 그녀에게 남겨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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