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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Alice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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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 B May 24. 2023

Innocent

      




시작은 언제나 간단한 이유다.

나는 잡음을 싫어한다. 아주 작은 음들이 일구는 미미한 파동이 항상 소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연속적인 두 파동이 동일하게 반응할 때, 파장의 거리는 약 20 미터에 달한다.

나는 그러한 아주 미세한 것들을 경멸한다.      


플러그를 제거한다.

대다수의 일반인은 소리가 일으키는 진폭을 무시한다. 인간의 귀가 감지해 내는 음원은 기온이 높아지게 되면 점점 커지게 된다. 장애물을 모두 뛰어넘은 소리 에너지가 전달하는 파장에 대해 인간의 귀는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그러나 인간의 귀는 상대성으로 반응한다.

그러니 모두 알 필요 없다.      


틈 아세요?

별 것 아니잖아요, 막지 않는다고 얼어 죽는 것도 아니고, 그 작은 틈을 메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거예요. 그 작은 틈을 메우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 돼요. 무너지기 쉽거든요.  

    

한적하고 고요한 일상이 시작된다. 소리 에너지의 전달은 음원으로부터 인근 공기분자의 진동에 의해 파생되고, 이때 생성되는 에너지가 연못의 잔물결처럼 멀리 퍼져 나아간다. 그러므로 창문을 연다. 막힌 곳을 뚫어주는 것이다. 정적을 깨는 잡음을 없애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결 나아졌다.

사람들은 의외로 간단한 일에 둔감하다. 고통을 많이 아는 사람이 꼭 어른이 아닌 것처럼 지식이란 이렇게 나이와 상관없이 평온한 안식을 가져다준다. 삶의 이치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다른 상황에 놓인 서로를 이해하는 일은 3년이 지나도 결국 해결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될 것이다. 죄의식이란 영영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멀리 바람 소리가 들린다.

요동치는 나뭇잎사귀에 귀 기울인다.

마침내 고요를 맞이한다.      


이제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

그리고 우리가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간단하다.

누구나 치부는 있기 마련이다.    

  

나는 작은 스릴을 즐기기 위해  그녀를 그녀에서 그녀로 슬며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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