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지은 집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이제 막 제 방이 생겼을 땐 쓰고자 마음을 먹는 중이었지요. 제 방은 7평 남짓한 작은 공간입니다.
2평이 좀 덜 되는 아담한 베란다가 달려 있죠.
물론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공간에 작은 텃세를 놓은 경우입니다.
방을 배정받고는 제일 먼저 한 일은 페인트 칠이었습니다. 선택한 색상은 코랄 클레이입니다.
코랄빛이 감도는 회색이죠. 제 취향에 비해 무거운 감이 있지만, 지극히 제 취향을 반영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페인트 칠을 끝내고 난 뒤에는 방이 좀 무겁다고 여겨지네요.
가구는 비싸지 않은 중저가의 것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봤자 모아놓은 돈이 없어 베드와 화장대 정도가 품목에 속하는 정도죠. 책을 받쳐놓는 작은 수납장도, 침대 머리맡의 스툴도 모두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뒤 색상을 덧입혀 본래의 것을 훼손하였거든요. 아무래도 취향이란 것이 그런 것인가 봅니다. 조금 지저분한 감이 드네요.
베란다로 넘어가는 창으로 재질과 문양이 다른 천을 걸어 두었어요.
아래는 원형의 데이지꽃이 수 놓인 카펫을 놓았습니다. 여성스러움과 아늑함은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거든요.
아무튼 그런 사람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일을 하며 지내왔고,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그런 부류의 사람. 방에는 책이 약 30권 정도 놓여있습니다. 책을 정리하다 보니 좋아하는 책은 3권도 되지 않네요. 대다수의 책은 도서관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참 기이하죠? 좋아하는 것들로 빈틈없이 메운 공간이 어딘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해, 방 안에 머무는 시간이 자꾸 줄어드는 까닭을 살피는 것은요.
우두커니 앉아 방 안을 둘러 봅니다.
어딘가 다른 이의 사상이 더해진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