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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Alice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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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 B May 24. 2023

향수

         



향.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간에게 향이란 것이 있었던가.

나는 인간에게서 향이란 것을 맡아 본 적이 없다.

오며 가며 스치는 땀의 향기란 부끄러운 기억의 나열일 뿐이 아니었던가.      


향이 나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한 것들은 어디서 파생된단 말인가.

우연히 들었던 별 뜻 없는 이야기가 한사코 산책길을 방해한다. 들꽃이 반짝인다. 나는 바람결에 코끝을 지르는 그런 알싸한 향을 가져본 적이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갈구하는 모든 것들이 지루하고, 지겹게 다가왔다.

나는 서서히 파괴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한 것들은 어디서 파생되었단 말인가.

나는 정말이지 그 모든 질문들이 궁금해졌다.

저리고, 비린, 쿱쿱한 냄새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인공의 향뿐이다.  

    

꿈뻑 – 꿈뻑 - 고꾸라지는 향초를 바라본다.

낯익은 향이 살갗으로 앉는다.          


누굴까.

누가 나의 향을 훔쳤단 말인가.      


향이 나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고 했다.   

   

나는 언젠가 스쳐나던 섬유 세제의 풋풋한 냄새를 기억한다.

그로부터 한참이나 지났다.

그리고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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