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 이끄는 길, 망망대해에 우뚝 서 있다.
며칠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이 전날 비가 내렸는지 사방이 높고 거칠다.
검은 장막이 무섭게 기세를 펼치고는 이내 사그라진다.
몇 번이고 반복한다. 그 모양새가 깨끗하다.
붉을 밝혀라.
호각을 따라 북소리 울리면,
검은 길 비추는 등불 외롭게 떠돈다.
목이 마르다.
변변히 마실 것이 없다. 주변을 몇 번이나 둘러보았지만, 사방이 칠흑이다. 딱히 서럽지도 않았다.
어기적 등불에 의지해 걸음을 옮겨 본다.
무얼 탐하러 왔는가.
지난 밤 부서진 파도를 세어본다. 들려오는 소리 물음도 대답도 없이 걸음을 같이한다.
수를 셀 틈도 없이 몇 번이나 부서지고도, 제 몫을 하듯 같은 질문에 같이 말없이 바라보다 맑개진 사장 위로 발걸음을 포갠다. 깊이 발 한 번 담그지 못한 채 마음 던져본다.
그렇게 몇 번이나 어루만진다.
거칠게 넘실대는 파도 자락을 따라 홀로 묻는다.
무얼 탐하러 왔는가.
방향을 잃은 채 망망대해에 우뚝 서 있다.
나는 홀연 기세에 눌려 두어 걸음 물러서고는 거세게 몰아치는 해일을 응시한다. 전에 없이 높고 검다. 검은 바다 위로 띄워진 행렬, 빛을 따라 춤을 춘다. 넘실넘실 파도 따라 춤을 춘다. 나는 한 발자욱도 옮기지 못하고 검고 푸른 망망대해를 바라본다. 먼저 옮긴 걸음, 발자욱 지워진다. 하늘과 맞닿은 검은 해안 해일처럼 일어서면 점점 거세지는 북소리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멀리 선인이 파도 속으로 향해 간다. 겁도 없이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긴다.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빛을 띄우며 너울너울 사라진다. 처얼썩 파도 넘실거리면 세월도 나이도 잊은 채 온몸으로 부서진다. 침식될수록 고운 자태, 말없이 길을 밝힌다.
모두가 떠난 자리, 외로이 불 밝힌다.
나는 빛을 따라 걷는 이들을 뒤로하고 성난 검은 파도를 따라 묵묵히 걸음을 옮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