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9.

by Letter B






포근한 오후다.


가벼운 차림에도 투과하는 바람 한 점 없다.

살갗의 온기가 가시지 않는다.

긴 장마로 마시는 공기가 탁해졌음에도 올려다 본 하늘은 더할나위 없이 말갛다.

비 이상적으로 포근한 오후다.


전쟁은 끝났다.

모두가 청춘의 포로가 되어 승기를 들어 올렸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승전화처럼 전투의 결과는 앵글 너머로 너무도 쉽게 펼쳐진다.

나는 끝내 아무것도 택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영영 소멸되지 않을 청춘을 비춘다. 흔들리지 않는 곧고 강한 생명력 말이다.

나는 이리저리 휘청이다가는 이대로 영영 소멸되어 버릴 것 같은 시간들을 향해 묻는다.


세상은 영영 어떠한 답도 내어주지 않을 것만 같다.

붉게 부풀어 오른 하늘마저 얄궃다.

더는 스러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이 몰아 붙이는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다.



나는 숨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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