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누수

by Letter B




애기씨,

조금만 천천히 걸으세요.

발끝은 힘을 좀 더 빼셔야 합니다.

어깨가 기울어지시네요.

그렇게 고개를 돌리시면..


잡았어요.

어디보세요. 타고난 기운이 아니면 볼품없는 모양새입니다. 공을 들여서 임하셔야지요.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매일 같이 천 걸음을 걷습니다. 매일 같이 물건을 모아 품삯을 구해오고, 물을 기르는데 천 걸음을 들입니다. 나고 자란 것이 기품이면, 연습이 무에란 말입니까.


천성은 갈고 닦는 게 아니라, 이미 가지고 태어난 것을 이릅니다. 자세는 마땅히 갖추어야 할 것인데, 마땅히 갖추어야 할 것을 천성으로 여기는 까닭을 묻습니다.

매일 기르는 일은 자세만이 아닙니다.

허나 공을 들이지 않는다고 말하지 아니할 수 없어요. 하루에도 수만 명이 궁을 오고 갑니다. 애기 씨의말처럼 수만리를 한달음에 달려오죠. 그들 모두에게궁으로 들어서기 전 자세를 갖추라고 명합니다.

숨을 죽이고 매무새를 가다듬죠.


자, 이제 발끝에 힘을 주세요.








이전 08화카테고리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