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흘러가는 것을 재어본 적이 있나요?
볕.
볕을 따라 나섰다.
존재하듯이, 존재한다.
처음 보는 이들은 작은 소리에 민감하다.
이웃으로 인사하지 않는다.
언어는 언젠가의 모습을 담아내느라 분주하다.
그것은 알아보아도, 외면해서도 안된다.
남을 공격해도 안되고, 서툰 분풀이에 응답하는 것도 그닥 환영받지 못한다.
나는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들의 존재를.
옷차림을 나무라지 않는다.
달리는 순간이 삐긋거려도 화답하지 않는다.
돌아서 흘끗 내딛는 시선에 어슷하게 미소짓는다.
서로를 조율하는 불안한 움직임이다.
이제 공간 속 낯선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잔잔한 선율이 소리없이 빛난다.
가벼운 걸음이다.
하늘은 석양으로 붉게 물들었다.
돌아서는 길목 어디 즈음에 반드시 나타났을지 모르는
낯선 얼굴을 향해 가벼이 인사를 전한다.
요란한 배기음이 도로를 횡단한다.
어제 보았던 화면 너머의 이야기가 이륜차에 실려 달아난다.
나를 위한 것일까.
때마침 걸음 위로 가로등이 비춘다.
호흡이 짧은 기호들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고는 거리를 메운다.
저녁은 며칠 째 한결같은 안개다.
나는 고개를 들어 안개 너머의 알맞게 익은 하늘을 올려다 본다.
우리는 저마다의 비밀스러운 친구를 품은 채 짧은 단막을 지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 녀석은 평생 저러고 살 것인가.
지휘를 멈추고 슬며시 미소 짓는다.
물에 잠긴 동네를 고요히 유영한다.
우리는 밤이 늦도록 같은 이야기를 설지않게 조율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