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물질

by Letter B




역병을 막기 위한 인간과 신의 싸움이 시작됐다.

인간은 신의 절대적인 힘 앞에 가상 물질이라는 성질이 불분명한 불확실성 물질을 내놓았다.

처음 물질이 등장했을 당시 입증되지 않은 물건이 으레 그렇듯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 효력이 미미한지라 사람들은 그저 새로운 의사소통의 수단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왜 인간들은 신과의 싸움을 시도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유롭게 거리를 거니는 꿈을, 누구에게나 아침을 가르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자비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말이다. 부당한 현실에 저항할수록 희미해져 가는 정신은 인간의 이기(利己)에 순응한 것이 아닌 열심히 살아온 결과라고 말이다. 21c에 등장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역병은 인간으로 하여금 절망 대신 희망을 선사했다. 문명의 발달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마침내 실현되었다고 말이다.


그 시작은 기이하게도 기기에 존재하지 않았다. 가상 물질이다. 인간은 그것에 열광했다.

사냥을 하듯 거리로 나선 인간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기회가 있다면, 그저 닥치는 대로 합법적인 삶의 정당성을 입증받기 위해 노력했다. 가상의 물질이니 만큼 그 효력이 실존하는 인간에게 영향을 끼칠리 만무하지만, TV 광고 매체로도 방영될 만큼 그 존재의 위력은 막강했다. 사람들은 더욱 열광했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물질이 지천에 널려 있고 이제 마음만 먹으면 스스로 역병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그들은 탐욕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작은 바람결에 불과했다. 그것의 특징이라면 변형이다. 무엇이든 어떤 형태로든 변형될 수 있다는 장점은 달콤한 마약과도 같았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가 더해진 뒤에야 그 실존의 형태는 무의미한 것과 같았다. 인간은 이제 막 깨어난 가상 물질을 없어서는 안 될 아주 귀한 것을 대하듯 소중히 다루었다.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제 마음껏 거리를 거닐 수 있다. 억눌렸던 만큼 반향의 물결은 거세졌다.


가상 물질을 보존하기 위한 움직임도 지속됐다.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상의 물질은 이제 인류의 삶에 새로운 의제를 제시할 만큼 깊숙이 관여되고 있었다. 기업에서는 구호 물품처럼 광선검을 시민들에게 전달하였는데, 가상 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임시방편의 물질로서 그 효력을 입증받은 까닭이다. 대체 물질이 전파되자, 사람들은 태초의 그것을 보듯 환호했다. 사용이 편리하고, 실효성이 좋은 것이 그 사유였다. 일각에서는 광선검을 가상 물질로 믿도록 하는 훈련이 진행됐다. 대체 물질을 전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노동자들은 그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애초에 갈망했던 사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나 진보적인 사람들은 대체 물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듯했다. 치료의 기능이 있을 리 만무한 대체 물질만으로는 그들의 움직임에 대한 보상이 어려운 까닭이었다. 구호 물품이 거리에 넘쳐날수록 그들은 가상 물질을 갈망했다. 신을 이길 수 있다. 역병은 그깟 물질이 아닌 우리가 만들어 낸 진보로서 승리했다.


가상 물질은 염원에 따라 그 힘의 세기가 달라졌다. 때로는 대체 물질과 구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거리는 가상의 물질을 갈망하는 이들로 넘쳐났다. 나는 본디 이해할 수 없었다.


다리를 절고, 어깨를 낮춘다. 가상 물질의 효능을 익히 알고 있는 자들의 행보였다. 여기 명약이 있소. 내가 하는 이야기를 믿어야만 하오. 손에 쥐지 않으면 반드시 화를 면하지 못할 것이오. 거리 위를 활보하는 그들은 확신에 차 목청을 드높였다. 우리가 승리했소. 삶의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가상 물질의 진보를 바라보며 대체 물질로 시선을 옮긴다.


손에 쥔 것들을 모두 앗아간다면 그들에게 더 이상 남은 희망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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