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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 B Nov 04. 2024

자리가 비었다.

                                                                                                                                                                  



덜컹 -



허공을 가르고는 

툭 - 그가 떨어졌다.

나는 무척 지쳐 있었다.

무더위가 그랬고,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그랬다.


- 매번 왜 저 애매한 높이에 머무르는 것인가.


툭 -

나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올려다 본다.

그다.

벌써 두 번째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가 또 떨어진다.

그 모습은 기묘한 서커스를 닮아서 그가 불쑥 튀어 나오는 때면 

나는 작은 인기척마저 감추었는데 아주 작은 기척에도 그가 금새 사라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 뛰어들면 즐거울까.


나는 그의 엉성함이 의도한 것임을 금새 눈치챘다.

그럼에도 맵시가 몹시 세련되어 그를 우연히 발견할 때면 막연한 호감을 감추기 어려웠다.

나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올려다 본다.

그는 시선을 눈치 챈 것이 분명한 것임에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서운함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등장을 제외하고 대게의 나날은 무기력하게 흘러갔다.

나는 무기력한 나날들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

질문을 하기에 모든 것이 빠르고 분명했다.

어지럽게 낱말들이 이어지고는 -

나는 같은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반복되는 것을 보았다.

다섯 번이었던가.

그가 툭 - 하고 다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처럼 

기분이 도통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자리 한 켠을 비워 두었다.

평소처럼 글을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더이상 적어 낼 답안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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