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 좀 위로해줘
안녕하세요, 그저 그런 날 듣기 좋은 라디오를 두 번째로 진행하게 된 안지민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로 이야기를 엮어 가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 무언가를 말하고 싶을 때보다 능수능란하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막연하게 풀어 놓을 때보다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깨닫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브로콜리 너마저 < 바른 생활 >
이번에 선곡한 곡들은 많이 즐겨 듣지 않는 곡들이에요. 취향이라기보단 추천을 통해서 띄워지는 목록에서 제목만 보고 우연히 추가해둔 곡들이 또 우연찮게 좋은 풍경을 만나서 개취(개인의 취향)로 재탄생하는 경우 같은건데, 뭐 옷으로 비유하면 그런 거 있잖아요. 정말 제 취향이 아니라서 절대 안 입는 옷인데, 그날따라 그냥 유독 기분이 들떠서 그냥 한 번 사보자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어울려서 매일 입게되는 그런 옷.
그래서 굳이 '그 노래가 네 취향이니?'라고 물으면 정확하게 그렇다고 말은 못하는데, 늘 즐겨듣던 곡들을 제쳐두고 계속 반복해서 듣고 싶은 그런 곡들입니다. 먼저 첫 번째로 준비한 곡은 브로콜리 너마저라는 밴드의 바른 생활이라는 곡인데요. 가사 일부 먼저 좀 소개해드릴게요.
나는 나를 돌보지 않음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
그런건 아무 의미 없는데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자
생각을 하지말고 생활을 하자
물을 마시고 청소를 하자
저는 사실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를 즐겨듣지는 않아요. 그런 감성이었거든요, 뭔가 학교로 치면 부모님이 도시락 열면 5첩으로 정성스럽게 들어 있고, 하교 후에 학원이나 과외에 꼭 참석하는 것은 물론 옷은 항상 모범생에 걸맞게 셔츠에 베이지색 바지 차려 입는 부류들요. 한 마디로 모범생 이미지의 친구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라는 선입견이 대체로 사라지질 않더라고요. 그게 나쁜 건 아닌데 아무튼 그런 감성처럼 브로콜리 너마저라는 밴드가 저와의 첫 만남이라고 하면 좋은 설명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음.. 가사도 우선 무척 쉽게 쉽게 다가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저는 좀 더 리드미컬한 곡들을 좋아해서 그냥 그런 감성인가보다 하면서 지나치게 되는 만남이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산책을 하는데 그 날 따라 새로운 곡이 듣고 싶은 거에요. 그래서 늘 하던 습관대로 리스트에 있던 곡들 중에 대충 골라서 한 곡을 틀었거든요, 그때 선곡된 곡이 브로콜리 너마저의 바른 생활이라는 곡이 었던거죠. 제목도 모르고 그냥 흘러나오는 대로 즐기다보니 좀 헛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속으로 '그래야지'라고 노랫말에 응수하는 거죠.
그래서 '뭐지?' 하고 다시 가사를 보다보니까 너무 단순하게 느껴지는 가사들이 주는 위로인데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너무 오랜만에 타인에게 듣게 되어 순간적으로 감정적으로 되더라고요. 혼자 열심히 되뇌이던 말들이잖아요. '열심히 살아야지, 기본적인 것부터 잘해야지' 혼자 너무 되뇌이다 지쳐서 잊어버렸던 그런 말들. 사실 일상에서는 어쩌면 소중한 말들인데 그런 말들을 노랫말로 듣다보니까. 음 사실 노랫말도 독백에 가까운데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라고 절로 위로가 된 거죠. 서러우면서도 뭔가 잊고 있던 혼자 잘해내려고 하던 시간들이 떠올라 미소를 지었습니다.
정직한 가사가 갖고 있는 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좀 뇌가 쉬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 들어 자주하게 되는데 그럴 때 이 가사에 기대어 아무 생각없이 들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캐스커 < 소인 >
네, 다음으로 들어보실 곡은 캐스커의 소인이라는 곡입니다.
캐스커라는 밴드하면 가장 떠오르는게 저는 TV프로그램 'EBS공감'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외 이상한 타악기들이나 처음 보는 악기들이 난무하는 난해한 음악인데 영상 좋은 것들이 오버랩되는 그런 장면들이요. 한번 신기해서 보기는 하는데 지속적으로 볼 수는 없는 거죠. 취향상. 그렇게 다가오더라고요.
캐스커라는 밴드를 소개하면서 음악의 취향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봤는데요, 사실 제가 음악을 참 좋아하는데, 평소에 참 많이 듣거든요. 그런데 늘 좋아하는 곡을 적어내라는 질문에는 뭔가 자신있게 적어냈던 적이 없던 것 같아요. 그냥 모든 곡을 즐기다 보니까 딱히 좋아하는 곡을 고르기보다 여러 요소들을 합하여 '가장 적당한' 곡들을 고른 것 같아요. 취향이란 것이 사실 그렇잖아요. 여러 요소가 결합되어 하나의 키워드를 완성하는 것과 같은, 그런 것들. 음 평균적으로라는 말이 가장 중요한데 '평균적으로 이 정도면 제일이라는 범위에 그냥 넣어두자' 이런식으로 혼자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무튼 캐스커라는 밴드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저는 '달빛이 비추는 야경'이란 키워드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게 사실적인 배경이라기 보다 약간의 판타지가 섞여서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라는 느낌이 강한거죠. 이제 소개해드릴 곡이 좀 이러한 정서와 닮았는데 노랫말을 듣다보면 가사가 전달하는 것을 온전히 제것으로 느끼지 못하고 제 3자가 되어 자꾸 관찰하게 되는 곡이더라고요.
이 곡 가사 자체에 좀 스토리 텔링이 존재하는 서술형이다보니 노래의 정서를 '나'라는 인물에 이입하기 보다 '주인공'이라는 제 3의 인물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주인공이 나라면 어땠을까', '주인공은 당시 어떤 상황이었을까'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이게 왜그럴까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음... 아무래도 이야기 속 인물들과는 좀 다른 성격을 지닌 '나'라는 존재의 인식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제가 주인공과 같은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봤다면 또 언급한 키워드는 안나올지도 모르겠어요. 좀 의외의 방식이지만, 개인적으로 나를 발견하는 새로운 방식인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를테면 '나는 이런 식으로는 사고를 하지 않는군'같은.. 이런 정서가 저에겐 좀..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거는 거죠.
아마도 캐스커라는 밴드가 자아내는 곡들이 마치 한 편의 이야기처럼 펼쳐져 저에겐 아직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한 편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흥미를 유발하는 존재들로 남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군가는 나를 보고 또 같은 시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도 있겠다'하는.
음악과 상상이 공존하는 건 꽤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데미안 라이스 < Cheers, darling >
지난 1회에 소개해 드렸던 쌀 아저씨 데미안 라이스를 또 들고 왔습니다.
말하다보니 이제야 소개를 드리는데, 사실 이번 편부터 부제를 정해서 곡을 골랐거든요. 이번 부제는 '누가 나 좀 위로해줘'입니다.
음악이라는게 꼭 위로 받고 싶을 때 어떤 리스트를 정해서 듣는 건 아니잖아요. 흔히 아는 가사와 노래를 선곡해서 들어도 위로가 안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곡들은 그냥 무작위로 선곡 리스트에 넣어 두고 잊고 지내다 우연히 만나면 참 좋은 곡들이거든요. 예상치 못하게 툭 던져진 위로 한 마디가 기운이 날 때가 있는 것 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왜 데미안 라이스의 치얼스 달링을 골랐지'라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에요. 저도 사실 이게 부제랑 어울릴지는 잘 모르겠어요. 1회를 쓰고는 산책을 하면서 우연히 발견해서 앞서 두곡을 일단 선곡해 놓았는데, 글을 쓰다 보니 이즈음에서 데미안 라이스의 치얼스 달링 이라는 곡을 넣고 싶더라고요.
음 제목의 힘을 빌어 살짝 위트를 얹고자 의도한 것도 있고, 제가 솔로다 보니까 너무 연인들을 무시한 채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 같아서 겸사 겸사 넣어봤습니다. 사실 이 곡이 연인이 아닌 상태에서 들을 때 더 재미있어요.
cheers darlin'
here's to you and your lover man
cheers darlin'
i'll just hang around and eat from a can
cheers darlin'
i got a ribbon of green on my guitar
이 곡은 가사가 정말 처참합니다. 찌질하다고 해야하죠.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지?' 그러니까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친구를 만나도 이런 고백을 하는 친구가 어린 시절을 지나면 만나기 좀 어려운 게 있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멜로디에 반해서 듣게 되는데 한참이나 곡을 듣다 나면 '아니, 나 생각보다 꽤 괜찮은 사람 아니야?' 뭐 이런 의도치 않은 위로를 받게되는 거죠. 가끔은 또 이야기 속 달링이 되기도 하고.
담담하게 짝사랑의 상대에게 건배를 건네는 한 인물에게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함께 술 한 잔을 기울이기도 하면서 말이죠. 이 곡 역시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만나봤는데, 당시 데미안 라이스가 와인병을 들고 나와서 와인을 마신 뒤 노래를 시작한거에요. 정말 한 편의 연극을 보듯 입을 벌리고 음악을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이 곡은 데미안 라이스의 감성이 없었다면 아주 불쾌한 스토리 텔링으로 흘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야기 속 주인공이 저러한 상황을 의도한 건 아니잖아요. 의도치 않게 비참한 순간들을 마주할 때 직설적으로 마주하는 것보다 그 기분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곡을 빌어 화자와 청자가 되어 훌훌 털어버리는 것도 하나의 위로가 아닐까 해서 선곡해보았습니다.
존 덴버 < Take me home, country roads >
어느 덧 마지막 곡인데요 .
위로라고 하면 어쩐지 좀 따뜻하지만, 계속 들으면 결국엔 초라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사실 그렇게 절망이지 않더라도 결국 뭔가 나약해지는 기분이 들다보니까 홀로 자기 자신을 위로해도 그렇고, 또 가족과 친구 사이에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쉬이 던질 수 없게 되는게 '위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 노래는 흔히 불리는 '위로'라기보단, 누군가의 '응원'이 또 위로가 되는 순간을 표현해보고자 선곡했습니다.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듯, 노래의 한 구절을 따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묵은 체증이 해소되는 그런 곡일지도 모르겠어요. 존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 라는 곡입니다.
곡을 소개하기 위해서 사실 가사를 처음 들여다 보는 것 같아요. 이 곡을 들어보시면 아마 대다수의 분들이 '아 ~ 이 곡' 하실 겁니다. 그만큼 익숙한 곡이라서인지 오히려 가사를 챙겨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쓰다보니 익숙한 것을 더 소중히 여겨야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가사를 보면 생각보다 가사가 좀 시적이더라고요.
I hear her voice in the morning hours she calls me
The radio reminds me of my home far away
And driving down the road I get a feeling
That I should have been home yesterday yesterday
Country road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ama
Take me home country road
삶을 회고하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이게 아련한 고향을 떠올리는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야심차게 '에라이, 언젠가 가볼거야! 아니면 데려다 놓던가!'하고 사표 한 장 던지고 돌아설 때 그 쾌감을 닮았거든요. 그래서 퇴근 길이나 뭔가 삶에 지쳤을 때 듣게되면 '덤벼라 세상아'와 같은 마인드가 생기는 거죠. 멋지지 않나요? 차 안에서 푸른 들판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을 달리며 힘껏 노래를 따라부르며 맑게 펼쳐진 정경을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들으시는 분들도 꼭 일상에서 같은 기분을 전달받으시면 좋겠다고 여겨 선곡해봤습니다.
오늘은 '누가 나 좀 위로 해줘'라는 주제로 4곡을 선곡해봤어요. 음. 곡을 아주 빠르게 선곡한 감이 있지만, 선곡하면서 이런 저런 내용들이 떠올라 아주 즐겁게 고른 것 같습니다. 요즘 코로나가 길게 이어지고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나는데요. 가끔 선곡 리스트에 넣어두시고 들으시는 순간만큼은 제가 받은 느낌처럼 잠시라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들이 선사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