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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속 Mar 06. 2023

봄꽃이 만개하다

전춘화 소설집 야버즈 소개글

  춘화의 소설집이 세상에 나왔다. 28살 대학원 첫 수업에서 만난 춘화의 글을 읽고 머릿속이 찌릿했는데 이제 모두가 그 느낌을 느낄 수 있다니 참으로 기쁘다.  수록된 소설의 초안을 모두 읽어본 행운을 거머쥐어 그녀의 출간은 나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독자를 만나러 온 춘화. 그녀가 오롯이 작품으로 인정받는 날이 드디어  것이다.

  기쁜 마음을 담아, 약간 샛길로 빠져 그녀를 향한 나의 감정 변화를 솔직하게 써보고 싶다. 춘화는 언젠가 아버지가 자신의 치료비를 춘화의 교육비로 써야 한다고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돌아가신 이야기를 들려줬다. 슬픈 내색 하나 없이 덤덤한 말투로 전한 이야기에 왜인지 나는 참 슬펐다. 그렇게 춘화는 연변에서 문학을 배웠다. 가난했지만 가난을 모르고 자랐다고 해맑게 이야기하는 춘화를 보며 그땐 동정심을 느꼈다. 애잔한 마음? 나보다 나이도 어리면서 힘들게 자란 그녀에게 그런 감정이 드는 건 자연스러웠다.

  대학원을 졸업한 그녀는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소설가로 날개를 달 것이라 예측했는데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러다 결혼을 한 춘화는 지하 월세방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나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만 쏙쏙 골라하는 춘화를 보며 대놓고 말리지도 못하고 지켜만 볼 뿐이었다. 춘화는 가난하지만 남편의 인품이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돈은 벌면 되지만 사람 인품은 변하지 않는다고 남편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가난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사랑이 창문으로 나간다는 말이 은연중 떠올랐지만 고개를 흔들어 털어냈다. 춘화는 창문에 단단한 자물쇠를 달아 사랑과 가난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지대를 만들어냈다. 한때 춘화의 결혼이 경솔했다고 여겼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사랑이 충만한 춘화에게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딸아이가 찾아왔다. 발달센터를 다니며 관련 서적을 섭렵하며 춘화는 아이가 세상과 잘 소통할 수 있도록 튼튼한 징검다리를 짓기 시작했다. 아! 분명 징검다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지켜보니 그녀는 대교를 지으려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머리가 찌릿해졌다. 굽이굽이 굴곡이 많다고 여겼던 춘화의 삶을 관찰자로 지켜보며 느꼈던 안타까움은 어느새 존경심으로 뒤바뀌었다. 

  44 사이즈의 가냘픈 춘화가 요즘은 거대해 보인다. 작가라는 호칭을 즐기며 겉멋만 든 요즘 소설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가 있다. 가만 보니 춘화는 나라면 하지 않선택을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남들이 쉽사리 하지 못할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단단하고 꼿꼿한 기준으로 아름답게 일궈갈 뿐이었다.


  저이 모든 걸 지켜봐서 다 아는데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으세요? 시간과 돈을 들여 읽어볼 만한 젊은 소설가의 순수문학 책은 "야버즈"가 유일하다고 이  자신 있게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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