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참 브런치 뽕을 받아 '제발 책 한 권만 출판'병에 걸려있을 때 병히에게 투자금을 유치하고자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있다. 책을 내준다는 출판사가 없으니 내가 스스로 일인 출판사를 만들어 미친 듯 나 자신에게 돈을 처발라 밀어주는 것이 계획이었다. 홍보비에 몇 천 쓰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뚝딱 된다면서요? 책을 수천 권 사서 홀랑 불태워버리면 참 쉽쥬??
지금 돌이켜보면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사가 다섯 개는 빠진 뚝딱이의 헛소리에 병히는 흔쾌히 얼마면 되냐고 물었고 나는 한 오천에서 일억?이라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했다. 병히는 눈알을 이리저리 요리조리 굴리더니 내게 물었다.
"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이름 없는 트롯 가수 앨범사서 들은 적 있어?"
나는 없다고 대답했다.
"네 책을 낸다 쳐. 아무도 사서 안 보는데 의미가 있어? 넌 너를 위해 글을 쓰고 싶은 거야? 아니면 독자를 위해 쓰고 싶은 거야?"
나는 지금껏 나를 위해 나를 위한 글만 써왔다. 억눌렀던 감정을 쏟아내고 내게 치욕을 준 이들을 돌려까거나 저주하는데 신성한 글쓰기를 이용해 왔다. 단 한 번도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쓴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이 지경 이 모양이란 걸 병히의 질문으로 깨달았다.
병히는 브런치 공모전에 세 번은 도전해 보라고 했다. 그래도 세상이 널 몰라주면 그때는 자신이 투자자가 되어 책을 내주겠단다.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는데..... 계약서는 써야 한다고. 한결같은놈.
요즘은 '제발 책 한 권만 출판'병이 쾌유되어 힘을 툭 내려놓고 지낸다.출간작가가 아니면 어때유. 내가 행복한데 그렇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