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근황 토크) 지금 우리 집은

드디어 결혼합니다!

  28살까지 모태솔로로 지내다 첫 연애 한방으로 결혼까지 골인한 누이의 영향인지 37살까지 모솔이었던 나의 혈육 종부가 첫 연애 한방으로 결혼을 합니다. 누구 손수건 있어요? 저 눈물 좀 훔치고 와서 마저 쓸게요.

  외국인 며느리를 볼 거라 예측했던 엄마의 최애 방송은 EBS 고부열전이었다. 외국인 며느리와 투닥되지만 결국 가족으로 화합하는 감동스러운 이야기에 심하게 몰입한 엄마는 훗날 며느리 나라의 언어를 배우겠다고 다짐까지 했단다. 나 역시 종부가 베트남이나 필리핀 아가씨와 결혼하면  겨울마다 그 나라로 여행 갈 때 참 좋겠다는 단꿈을 꾸었다. 심지어 짠돌이 아빠는 아들의 국제결혼 비용을 차곡차곡 모았다고. 이렇듯 우리 가족 모두는 종부가 한국여자와 결혼할 거란 상상을 못했다.

  그런데 연하의 한국여자, 그것도 자기보다 급수가 높은 공무원 아가씨와 결혼을 한다니. 아빠는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크게 기뻐하는 중이다. 그렇기에 모든 결혼식 비용은 짠돌이 아빠의 지갑에서 나왔다. 스드메, 신혼여행, 결혼식, 예물까지. 반반결혼이 대세라는데 고지식한 아빠는 사돈네가 돈 한 푼 쓰지 못하게 말렸다.

  한쪽이 무한의 사랑을 퍼주면 싸우기 바쁘다는 결혼준비도 평화롭다. 종부는 이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부디 평안하고 사랑이 넘치는 결혼생활이 되길.

  이렇게 나의 노예 1호가 새 주인을 찾아 떠납니다. 별난 누나를 겪어봤으니, 납작 엎드려 아내를 뫼시며 잘 살겠죠?